'피겨 요정'은 은반 위를 나비처럼 날았다. 왼발이 등 뒤로 머리까지 올라가는 '비엘만 스핀'에 이어 공중 3회전 점프가 펼쳐지자 관중석에서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송골송골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욱신거리는 오른 발목을 만지고 있을 때, 장내 아나운서가 점수(116.68점)를 발표하자 요정은 우승을 예감한 듯 태극기를 흔들었다. 곧 이어 라이벌 아사다 마오(16ㆍ일본)의 연기. 잦은 실수가 눈에 띈 그의 연기는 97.25점을 얻는데 그쳤다. 김연아(16ㆍ군포 수리고)의 세계 주니어 피겨선수권 제패는 그렇게 이뤄졌다.
김연아는 10일(한국시간)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서 열린 2006 세계 주니어 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 부문에서 116.68점, 총점 177.54점으로 아사다(153.35점)를 제치고 우승했다. 김연아의 금메달은 지난 1월 착지 연습중 입은 발목 인대 부상을 극복하고 거둔 것이서 더욱 값졌다.
김연아의 우승은 1905년 YMCA 소속이던 현동순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한 이후 한국 피겨스케이팅 101년 역사상 가장 빛나는 성과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김연아의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4년 뒤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도 노려볼 만하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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