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회사를 다녀서인지 내 주변에는 옷차림에 민감한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민감한 만큼 비평가로서의 의무를 잊지 않는다. 어쩌다 일반적인 ‘아저씨 패션’을 입고 나타나면 어김없이 구박이다.
‘그런 옷을 어디서 구했냐’, ‘색깔이 칙칙하다’, ‘취향도 특이하다’ 등등 갖가지 잔소리가 날아온다. 무관심하게 대응 하려해도 자꾸 쏟아지는 구박에 나 자신을 거울 앞에 세우고 ‘정말 그런가?’ 다시 한번 신경을 써서 보게 된다.
아마도 직장인들이 양복을 계속 입는 것은 업무상 필요성도 있지만 계속 같은 스타일로 옷을 입어도 무난해보이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된다. 사실 변화란 얼마나 성가신 일인가. 치열한 직장생활에서 굳이 자유복을 입으라고 하면 오히려 그것이 더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감히 그런 스트레스 조차 즐거움으로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봄빛이 완연한데 후줄근한 겨울 외투 안에 몸을 가두고 있다는 건 얼마나 매력 없는 짓인가. 화창한 봄은 봄답게 맞아줘야 기분도 상쾌해지고 일의 능률도 오르지않을까.
지난 주에는 핑크와 화이트가 조화된 줄무늬 셔츠와 핑크색 니트를 구입했다. 소녀들만 분홍색을 좋아하라는 법 있나. 사실 분홍색은 남성들에게 더 요긴하다. 다소 칙칙한 피부 톤도 화사해 보이고 원기 왕성한 분위기를 자아내준다. 더구나 올해는 남성복 쪽에서 줄무늬가 꽤 유행할 것이라고 한다.
줄무늬는 피카소에게도 예술적 영감을 준 패턴으로 건강과 즐거움, 역동성을 상징한다. 또 어떤 옷과도 무난히 어울리기 때문에 패션감각이 예민하지 못한 남성들도 쉽게 세련된 연출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세로 줄무늬는 키를 커보이게 해주고 가로 줄무늬는 마른 남성들의 체형을 보완해 주기도 한다.
이번 봄부터라도 아내가 쇼핑갈 때, “알아서 사 와”라고 하지 말자. 대신 “화사한 스트라이프 셔츠가 좋겠는데” 해보자. 당신이 은근히 멋을 아는 남자라는 사실에 아내의 마음이 새삼스럽게 사뭇 흔들리지 않을까. 핑크색 줄무늬 셔츠에 청바지를 걸친 내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 즐겁기만 하다.
최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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