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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비밀에 쌓인 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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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비밀에 쌓인 통일부

입력
2006.03.1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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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과 전화통화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장관 지침이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10일 취임한 이후 기자들이 전화하면 통일부 당국자들이 전화를 끊으면서 하는 얘기다. 이런 일은 이 장관이 최근 직원대상 워크숍에서 “팀장급(4급 서기관) 이하는 기자를 직접 접촉하지 말라”는 취지의 얘기를 했기 때문에 벌어지고 있다.

통일부는 “간부들이 성실히 설명하고 일반 직원들은 현업에 충실하자는 취지였다”며 “언론의 사실확인까지 막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통일부 직원들은 장관의 ‘지시’를 충실히 받들어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이 장관 취임 이후 달라진 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이 장관은 8일 오전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를 몰래 만났다. 면담 비공개를 지시하기까지 했다. 면담 장소도 장관실이 있는 세종로 정부중앙청사가 아닌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을 택했다. 언론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다. 참으로 어이없다. 버시바우 대사를 비밀리에 만날 이유가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일이다.

이 장관은 취임사에서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과 함께 하는 통일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취임 한 달을 맞은 통일부는 음습해 보인다.

정부의 빡빡한 대언론 정책을 실천하느라 그러는지 모르지만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보안을 강조하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시절의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이 장관은 명심해야 한다. 훌륭한 통일부 장관과 유능한 NSC 사무차장은 다르다는 사실을. 통일부 장관에게는 국민을 직접 상대하며 언론을 통해 설득해야 하는 역할도 대단히 중요하다.

정상원 정치부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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