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 잘 부르기’ ‘노래 들으며 울어 보기’ ‘108배와 유서 쓰기’ ‘성공적인 연애 전략’….
백화점 문화센터 강좌 같지만 사실은 학문의 전당인 상아탑에서 펼쳐지고 있는 강의 내용들이다. 내용이 독특해서인지 이런 이색 강의들에 학생들이 많이 몰린다.
‘이게 무슨 대학 강의냐’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하지만 모든 시간표를 이런 강의 만으로 채우지 않는다면 대학 생활에 활력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연세대가 지난해부터 시작한 ‘대중음악과 함께 하는 대학생활’은 이번 학기에 수강 신청 개시 58초 만에 마감이 끝났다. 대중가요를 맛깔스럽게 부르는 법을 가르치고, 학생들이 직접 대중가요를 작사, 작곡해 보도록 한다. 강의는 일반 강의실이 아니라 노래방에서 이뤄진다. 수업을 듣기 위해 자기소개서까지 내고, 까다로운 면접심사까지 거쳐야 하지만 학생들의 관심은 뜨겁다.
성공회대의 ‘노래로 보는 한국사회’ 강의도 매 학기 10분 안에 수강 신청이 마감된다. 이 수업의 인기 비결은 다름 아닌 독특한 과제물. 수강생들은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렸던 경험을 반드시 리포트로 써서 제출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적인 가사가 담긴 노래를 찾아 개인적인 체험과 결부시키는 데 골몰한다. 가수 GOD의 ‘어머니께’등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노래들이 주된 단골 메뉴다. 뿐만 아니라 50년대의 ‘홍콩아가씨’부터 서태지와 아이들의‘발해를 꿈꾸며’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대중 가요를 통해 노래에 함축된 시대상을 탐색한다.
최근의 ‘웰빙’ 열풍을 반영하듯 건강과 정신적 수양을 강조한 수업도 눈에 띈다. 포천중문의대가 개설한 ‘요가 강의’는 요가와 스포츠마사지, 기공 등 건강 단련을 위한 커리큘럼으로 짜여져 있다.
중앙대의 ‘내 마음 바로보기’ 강좌는 직접 절에서 숙식을 하며 108배와 유서쓰기로 마음을 다스리는 훈련을 받는다. 이 밖에 대학생들의 영원한 관심사인 ‘사랑’을 주제로 성공 데이트, 스킨십 등 상세한 연애 전략을 가르쳐 주는 숙명여대의 ‘사랑학 개론’과 같은 강좌들도 꾸준히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사회 저명 인사를 초빙해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심어주는 실용적인 강좌도 인기다. 세종사이버대학의 ‘명사 특강’은 전 주한 미상공회의소 소장인 제프리 존스(세계경영), 영화배우 안성기(한국영화 이야기), 소비자를 위한 시민모임 김재옥 회장(소비와 사회) 등 분야별 전문가로 드림팀을 구성해 학생들의 미래 설계와 직업 선택에 도움을 준다.
‘고급 여성공무원을 향하여’란 부제가 달린 이화여대의 ‘여성과 공직’ 수업도 한명숙 전 환경부 장관, 김송자 전 노동부 차관 등을 초청해 여성 공무원의 위상과 현실에 대한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들을 계획이다.
정철환 기자 plomat@hk.co.kr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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