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관련 최대 정책 현안인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 존폐 문제와 적대적인 인수합병(M&A)을 막기위한 경영권 방어장치 마련 여부를 놓고 당정간, 부처간, 나아가 여당내에서도 미묘한 입장차가 노출되고 있다. 이 같은 사안들은 성격상 쉽게 결론날 것들이 아니어서, 논란은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출자총액제한제 둘까, 없앨까
잠잠했던 출총제 철폐논란에 다시 불을 지핀 쪽은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강 의장은 9일 라디오인터뷰에서 “출총제를 폐지하고 기업 자율규제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강 의장은 “기업들이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순환출자를 활용하는 문제가 있었으나 이제 스스로 많이 해결했다”면서 출총제가 존속될 필요가 없음을 시사했다.
강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 분위기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출총제는 원래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이 끝나는 올해 말 존폐 여부를 재검토하게 돼 있으며, 재벌들의 소유지배구조 투명성이 충분히 확보됐다고 판단되면 없어질 수도 있고 아직 미흡하다면 존속될 수도 있다.
주무부처인 공정위는 “연말까지 시장상황을 검토한 뒤에 결정할 문제”란 입장이지만 “당장 폐지하는 것은 시기상조”란 것이 내부 분위기다. 이날 퇴임한 강철규 공정위원장도 “순환출자 문제가 남아 있는 한 출총제는 유지돼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여당 내에서도 “출총제가 개혁의 상징처럼 돼 있는 것은 잘못이며 폐지가 맞다고 본다”(우제창 제3정조위원장)는 의견과 “순환출자에 의한 재벌총수의 지배권문제는 아직 소멸되지 않았다. 출총제는 여전히 유효하다”(이상민ㆍ이상경 의원)는 시각이 맞서 있다.
한덕수 부총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기업 지배구조가 제대로 작동하면 현행 출총제는 신중히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론적 얘기지만, 굳이 따지자면 폐지쪽에 가까운 것으로 해석된다.
●경영권 방어장치 만들까, 말까
KT&G사태와 같은 적대적 M&G에 대항할 경영권 방어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기업들의 요구에 대해 재정경제부 반응은 한 마디로 ‘노(No)’다. 하지만 금융감독위원회는 ‘검토는 해보자’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의무공개매수제를 부활한다고 M&A를 반드시 저해하는 것은 아니다. 도입하든 안하든 논의는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증현 금감위원장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강철규 위원장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대표기업이나 기간산업에 대해선 경영권 방어장치를 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부총리는 이날 ‘미꾸라지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메기를 풀어 놓는다’는 예까지 들며 “추가적인 경영권 방어조치는 검토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한 부총리는 “과거 의무공개매수제를 페지할 때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자사주 취득한도를 늘려준 바 있다”며 현 단계에서 M&A관련 규정은 공격자와 방어자간 균형이 맞아 있다”고 말했다. 더 논의할 것도 없다는 얘기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정녹용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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