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파문으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여겨졌던 이해찬 국무총리가 물러나지 않겠다는 쪽으로 말을 바꾸는 모양이다. 며칠 전 청와대측의 설명이 유임을 시사하는 듯 괴이쩍더니 이강진 총리실 공보수석이 “이 총리의 대국민 사과는 사의 표명이 아니다”며 언론이 잘못 보도한 것이라고 밝히고 나섰다.
일국의 총리가 굳이 ‘거취문제’라는 표현을 써가며 “대통령의 해외순방 후 협의하겠다”고 했으면 이를 사의 표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언어관습 상 자연스러운 이해가 아닌가 하는데, 이제 와서 엉뚱한 소리다.
이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뜻인지, 이 총리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사퇴라는 명시적 표현이 없다고 해서 상황을 부인하며 반전시키려는 의도라면 이는 국민 모독이다. 이 총리의 골프 파문은 아직도 그 실상이 뒤죽박죽이다. 의혹은 꼬리를 물지만 시원스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총리가 왜 부적절하고 부도덕한 교분을 가져야 했는지 부터, 그 과정에 이권을 둘러싼 로비가 있었는지, 공적 기관의 특혜성 주식투자가 있었는지 등 알아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이를 두고 당사자들은 서로 말이 다르고, 말이 바뀌기도 한다. 그럼에도 파문의 내용에 대해 이 총리가 스스로 해명한 것은 하나도 없다.
이런 의혹들이 결코 사소하지 않다는 것은 정치에 관한 한 이력이 쌓일 만큼 쌓였을 이 총리가 사과를 한 것만 봐도 자명하다. 이 파문이 거취문제를 불러올 만한 것이라는 점을 자신도 알고 있다고 믿는다. 무엇보다도 국민이 그렇게 알고 있다. 기껏 공보 담당자를 내세워 말꼬리의 틈새를 잡아 국면을 호도하고 순간을 모면하려 해도 그리 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면 총리로서의 리더십은 이미 심각한 훼손을 입었다고 해야 한다. 총리는 국정의 총괄 책임자이다. 공무원들은 물론, 국민이 이런 지도자를 수용하고 용납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이 총리는 파문의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인지, 아니면 말 것인지 직접 밝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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