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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위강 감독 "한국영화 배우려 '데이지'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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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위강 감독 "한국영화 배우려 '데이지' 택했다"

입력
2006.03.0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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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홍콩영화는 죽었다고 입을 모으던 2001년, 영화 ‘무간도’의 등장은 충격이었다. ‘우리 아직 죽지 않았다’며 홍콩 누아르의 부활 신호탄을 쏘아올린 이는 영화 ‘풍운’ ‘중화영웅’ ‘소살리토’ 등을 만든 류웨이장(劉僞强) 감독. ‘용호풍운’ ‘열혈남아’의 촬영감독을 거치며 란한 카메라 테크닉을 선보인 그는 빠른 편집과 감각적인 영상으로 두 남자의 운명적 대결을 그린 3부작 ‘무간도’를 통해 전 세계에서 시나리오가 쇄도하는 스타 감독이 됐다.

“어느날 한국영화를 한 번 찍어보지 않겠느냐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곽재용 감독이 쓴 시나리오라는 말에 두 말 않고 승낙했죠.”

7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류 감독은 영화 ‘데이지’를 맡게 된 사연을 빠르고 명쾌한 말투로 풀어놨다. “저는 무간도가 전 세계에서 성공하리라고 자신했어요. 그런데 한국에서의 흥행성적은 30만명이었습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 한국 관객들의 취향과 한국시장을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류 감독은 기획과 시나리오 작업, 캐스팅 등 제작 기반이 이미 갖춰진 상태에서 합류한 터라 감독 고유의 역할 지분을 100% 확보하지 못했다. 영화를 본 후 류웨이장의 느낌보다 곽재용의 향취가 더 강하게 남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그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내 스타일을 강조하기보다는 최대한 시나리오에 맞추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한다.

연출을 맡은 후 전지현, 정우성, 이성재가 출연한 영화들을 보면서 “저 배우가 어디까지가 한계이고, 뭘 할 수 있는지”를 연구했다. ‘엽기적인 그녀’를 너무 재미있게 봤던 터라 전지현에 대해선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전지현은 총명한 사람이에요. 연기를 공부한 것 같진 않은데 굉장히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는 게, 타고난 배우죠.” 류 감독은 현장 분위기를 띄우는 정우성에 대해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다국적 제작진에다 네덜란드 올로케이션으로 이뤄진 촬영이다 보니 무엇보다 화합이 중요했는데, 정우성이 끊임없이 감독과 스태프들을 돌보며 현장을 편안하게 만들었다는 것. 이성재에 대해선 “굉장히 프로페셔널한 배우”라며 “어려운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내는 모습을 보고 굉장히 한국적인 배우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한ㆍ중ㆍ일 3개국의 장점을 합친다고 꼭 300%의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은 아니다. 흥행과 평가 모두에서 참패한 ‘무극’의 예에서 보듯 되레 각각의 장점이 3분의 1씩으로 줄어들기 십상이다. “그래도 다국적 프로젝트는 반드시 진행돼야 합니다. 이제 한국영화가 한국에서만 보여지는 시대는 끝났어요. 실패에서 하나씩 배워나가야 합니다.” 기획부터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데이지’는 5월 홍콩과 대만을 시작으로 태국 베트남 인도 등 9개국에서 개봉한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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