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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이 경쟁력이다] <7> '윤리경영 전도사'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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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이 경쟁력이다] <7> '윤리경영 전도사' 신세계

입력
2006.03.0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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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받는 대기업 직원들이 작업장까지 찾아오면 아무래도 긴장하게 되는데, 신세계 직원들은 가족같이 느껴져서 아무 걱정 없이 일할 수 있어요.”

6일 오전 경기 과천시 과천동 ㈜신금 재배실. 신세계와 이마트 식품매장에 브로콜리싹, 부추싹 등 새싹 야채를 공급하는 이곳에서 7년째 일해온 황연심(47) 작업반장의 말은 ‘주종관계’ 였던 대기업과 납품업체의 관계가 진정한 협력관계로 변해가고 있음을 실감나게 했다.

한 달에 한 두번씩 매장의 바이어들이 불시에 작업장 환경과 위생상태 등을 점검하고 가지만 과거처럼 ‘납품단가를 낮추기 위해 괜한 트집잡으러 왔다’고 생각하는 직원은 아무도 없다.

이 회사 문승배(50) 전무이사는 “바이어들 뿐 아니라 분기별로 신세계 기업 윤리추진팀 직원들이 관리자들에게 먹거리의 위생교육, 기업윤리교육, 사회봉사 등 각종 윤리교육의 노하우를 교육해준다”며 “어렵기만 했던 대기업 관계자들과 스킨십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생산성도 높일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라고 말했다.

신금은 신세계의 상생경영의 덕을 톡톡히 본 기업이다. 신금은 2004년부터 시작된 신세계 이마트의 협력회사 윤리경영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신세계 윤리경영 노하우를 지원받았다. 단발적인 노하우 전달이 아닌 연간 프로젝트로 윤리경영 교육은 물론 이마트 윤리경영 담당자가 직접 현장을 찾아 자문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야채 재배에 절실한 식품 안정성과 품질 관리가 눈에 띄게 향상됐고, 이 소문이 퍼지면서 빠르게 거래처가 늘어났고 매출도 2004년 40억원에서 지난해 50억원으로 25%나 향상됐다. 특히 지난해는 윤리경영 우수 실천 협력회사로 선정되면서 이마트 안에 2차례나 별도 행사장을 마련해 단독 행사를 갖는 기회도 가졌다.

이처럼 신세계 상생경영의 근간은 ‘윤리경영’이다. 단순히 금전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을 넘어 기업 스스로 투명 경영을 하도록 유도,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1999년 윤리경영을 선언하며 ‘윤리경영의 전도사’를 자청한 신세계는 이를 통해 임직원은 물론 거래관계를 갖고 있는 모든 협력사와도 공존공영의 파트너십을 형성하며 상생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20년간 한 길을 걸어온 아동 의류업체인 삼원색도 이 같은 상생경영의 수혜자다. 베스트키드, 톰앤제리, 베스트클럽 등으로 연간 1,000만장의 의류를 생산하고 있는 삼원색은 이마트의 윤리경영 노하우를 받아들여 자사에 윤리경영시스템과 업무 10대원칙이라는 행동강령을 만들어 실천함으로써 기업이미지 변화는 물론 지난해 전년 대비 23%의 놀라운 영업시적을 달성했다. 삼원색의 김복진 대표는 “인간이 살아가는 모든 것, 삶 그 자체가 바로 윤리라는 두 글자에 담겨있다”고 강조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협력회사는 첫해인 2004년 9개사였으나 지난해는 16개사로 늘어났고 올해 2월 말 현재 벌써 6개사가 새롭게 가입했다. 이마트 기업윤리추진팀 박용일 과장은 “이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보다 많은 협력회사가 깨끗한 기업이미지 조성 및 투명경영을 실천할 수 있도록 전도사로서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8월 도입한 ‘네트워크론’도 상생경영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네트워크론은 신세계와 거래하는 중소기업이 납품 계약서만을 담보로 기업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제도이다. 이를 통해 지난 한해동안 협력 회사들은 668건을 통해 1,256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2004년 67건, 140억원에 견주면 10배가 늘어난 수치다.

납품 대금 결제 기일 축소도 환영을 받고 있다. 신세계는 윤리경영의 일환으로 지난해 1월부터 백화점과 이마트의 협력회사의 납품 대금 결제 기일을 최고 25일 앞당겨 지급하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지난 해 2,000여개의 협력 회사들이 연간 1조4,000억원의 대금을 최고 25일 앞당겨 받을 수 있었다. 신세계 입장에서는 연간 31억원의 금융비용을 발생하지만 “협력회사가 잘 되야 우리도 잘 될 수 있다”는 최고 경영진의 강한 의지로 손실을 보더라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무반품 제도는 획기적이다. 신세계 이마트는 지난해 일부 부문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던 ‘무반품 계약 제도’를 직매입 형태로 매입하는 모든 협력회사의 상품으로 확대했다. 이는 항상 반품의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납품업체의 고통을 단숨에 해결해준 조치이다.

‘중소기업 초청 박람회’는 물건을 만들고도 판로를 찾지 못해 한숨 짓던 중소 기업들의 해방구로 통하고 있다. 1년에 2차례씩 농수축산지 생산자나 생산 기반을 가지고 있는 제조기업 등 상품을 직접 생산하는 기업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실사와 전문가 평가를 통해 이마트 입점의 기회까지 제공된다. 지난해 242개 업체가 참여했다. 협력회사와 펼치는 공동 마케팅도 눈길을 끈다. 이마트는 협력회사와 공동행사에서 별도의 특설매장을 제공하고 이마트 전단에 광고를 게재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신세계 구학서 사장은 “공과 사의 원칙이 철저히 지켜지는 깨끗한 조직문화 정착만이 기업의 성패는 물론 개인의 존재 가치에도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 같은 윤리경영을 통해서 신세계는 물론 협력 회사들도 더욱 투명하고 건실한 기업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정 기자 hjpark@hk.co.kr

이왕구기자 fab4@hk.co.kr

■ '신세계 페이' 펼쳐요

지난해 7월 신세계 직원들은 뜻밖의 특별 격려금을 받고 어리둥절했다.

시간제 및 인턴 사원까지 포함해 모두 1만7,000여명의 직원들이 직급별로 10만~30만원씩 모두 30억원을 회사로부터 전액 현금으로 받은 것. 지급명목은 ‘신세계 페이(Shinsegae Pay) ’실천 장려금이었다. 신세계 페이는 신세계가 지난해 4월부터 전사적으로 펼치고 있는 일종의 기업문화 운동.

신세계 홍보팀 박주성 상무는 “협력 회사와의 공식ㆍ비공식 만남이나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어느 한편에서 일방적으로 부담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수평적이고 투명한 거래문화를 정착시킨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 페이는 서양의 ‘더치 페이(Dutch Pay)’, 일본의 ‘니폰 페이(Nippon Pay)와 같은 형태로 기존의 신세계 윤리규범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새로운 규범이다. 핵심은 협력회사 관계자가 신세계 임직원과 식사를 하거나 차 한잔조차 마셨더라도 본인이 먹고 마신 것만 계산하면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신세계페이는 수직적이고 종속적이었던 협력회사와의 관계를 수평적이고 대등한 관계로 전환시킴으로써 신세계 뿐만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깨끗하고 투명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자 신세계 최고경영진의 의지를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캠페인은 구호로만 그치지 않고 있다. 신세계는 이 캠페인의 정착을 위해 팀장급 이상에게 ‘신세계 페이 휴대용 계산기’를 지급, 각종 모임 때 작은 금액이라도 공평하고 정확하게 나누어 계산토록 했다. 또한 6,000여곳의 협력회사에 대표 명의로 신세계페이를 안내하는 공문을 보내거나 협력회사 관계자와의 상담 테이블에 안내문 고지 등을 통해 이 캠페인을 소개하고 지속적인 실천과 검증을 지속하고 있다.

박희정기자

■ "신세계 윤리경영 덕에 사업 편해졌죠"

“10년 전만 해도 명절 때 바이어들에게 선물이라도 건내지 않으면 찜찜해서 1주일 동안 잠도 못 이룰 정도였지요. 신세계의 윤리경영이 확산되면서 사업하기 참 편해졌습니다.”

1993년부터 특수작물재배 사업을 해온 ㈜ 신금의 박형완(56ㆍ사진) 사장은 대기업과 납품업체의 관계의 변화를 ‘상전벽해’ 로 비유했다.

사업초기에는 바이어들에게 뒷돈을 주거나 향응을 제공하지 않으면 판매대를 매장 구석으로 옮겨놓거나, 무리한 ‘단가 후려치기’ 로 실제 단가계산서와 납품용 단가계산서를 2중 3중으로 만들기도 일쑤였다. 대기업들이 말로는 투명경영과 윤리경영을 강조했지만 약자 인 납품업체에서 이를 피부로 느끼기란 쉽지 않았다. 99년 신세계가 ‘윤리경영 전도사’로 자처하고 나설 때만해도 반신반의했다는 것.

그러나 신세계 직원들이 식사 때 본인의 몫을 스스로 계산하는 등 작은 부분에서부터 실천을 시작하자 박 사장은 비로소 변화 를 실감할 수 있었다. 박 사장은 “강자였던 신세계 바이어들이 자기 밥값을 계산할 때는 솔직히 당혹스러웠다”며 “지금은 신세계나 이마트 근처 식당에 가면 주인들도 알아서 더치페이로 계산을 요구하는 등 문화가 크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과거 뒷돈이나 접대ㆍ향응 비용은 전체 비용의 10%나 차지했고 이는 모두 소비자들에게 전가됐다”며 “이 비용으로 품질을 개선하거나 단가를 낮추게 돼 업체와 소비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윤리경영은 시대의 대세” 라며 “대기업이나 납품업자 양쪽 모두 불건전한 관행의 유혹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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