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의 3ㆍ1절 골프 파문을 계기로 부각된 ‘27회’는 지역 경제인들에게는 ‘부산 경제계의 마피아’로 불린다.
지역 경제 발전이라는 그럴듯한 결성 취지는 허울일 뿐 정치권 줄대기, 특혜성 짙은 기업 인수ㆍ합병, 부산 상공회의소 회장단 장악 등을 통해 자기들 배만 불리고 오히려 지역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역 경제계의 여러 인사들에 따르면 ‘27회’는 2003년 9월 27일 8명의 경제인들이 골프를 함께 친 것을 계기로 만들어 졌다. 이름은 모임을 가진 날짜에서 딴 것이다.
회원으로는 박원양 삼미건설 회장과 신정택 세운철강 회장, 강병중 부산방송 회장 등 이번 이 총리 골프 모임 참석자들과 기업을 하고 있는 현직 장관의 친형 등이 있다.
‘27회’는 이후 지역 경제계의 유력자들이 1~2명씩 들어가면서 회원이 16명까지 불어났고, 부정기적으로 만나 골프 등을 하면서 정치색이 짙은 ‘경제 패거리 모임’으로 변질됐다고 경제계 인사는 전했다.
‘27회’ 회원들은 대부분 권력에 민감하다는 게 지역 경제계의 대체적인 평이다. 이들은 선거철이면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게 정치 자금을 전달했다. 필요에 따라 공동 모금도 하고 보험 차원에서 경합을 벌이는 양측 후보 모두에게 베팅을 하기도 했다.
총리 골프 모임에 동반한 신, 박, 강 회장 등 세 사람은 지난 대선 때도 노무현 대통령의 집사인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김정길(대한체육회장) 전 의원에게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박, 강 회장 등 2명은 기소돼 벌금형을 받았다.
‘27회’ 회원들은 현 정권에서 골프나 식사 자리 등을 통해 특유의 줄대기 능력을 발휘해 지역 경제계의 부러움과 질시를 한꺼번에 받았다. 이들이 자신들의 연줄을 과시 하면서 이권이나 민원 해결 등에 이 같은 네트워크를 활용했다는 설이 무성하다.
이번 총리 골프 모임이 ‘신항 명칭 결정에 도움을 준 데 대한 보은 성격’이라는 정순택 전 대통령 교육문화수석의 말도 결국 이 모임이 ‘실세 총리’와의 사적 모임이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로비 의혹이 가시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부산상의는 이들의 안방이나 다름없다. ‘27회’ 멤버인 강 부산방송 회장은 1994년부터 2003년까지 9년간 부산상의 회장을 3연임했다. 차기 상의 회장도 이 모임의 신 세운철강 회장이 추대돼 있다.
송규정 현 회장은 지난해 4월 전임 회장의 사퇴로 1년 잔여임기를 채우는 회장으로 취임했다. 송 회장은 재선 의사를 갖고 있었지만 강 부산방송 회장이 신 회장을 지지하고 나서자 세 불리를 감지하고 출마를 포기했다.
송 회장은 ‘27회’ 회원이 아니다. 부산상의 안팎에서는 “송 회장이 지난해 10월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 상공회의소총회(ACC)’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등 상의를 무난하게 이끌어 왔는데 특정 세력에 밀려 조기에 물러나게 돼 아쉽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부산 경제계 한 관계자는 “‘27회’ 회원들이 패거리 문화를 형성해 경제계의 물을 흐려놓고 있다“며 “이들이 상의 회장단도 좌지우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눈에 나면 상의의 감투 한 자리도 얻기 힘든 형편”이라고 말했다.
부산=박상준기자 sjpark@hk.co.kr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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