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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날 보러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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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날 보러 와요

입력
2006.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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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날 보러 오는 고양이들이 있다. 내가 예뻐서가 아니라 먹을 걸 바라서다. 고정 멤버는 재작년 봄에 태어난 두 마리, 작년 봄에 태어난 두 마리, 작년 가을에 태어난 두 마리, 모두 여섯 마리다. 새끼 고양이일 때는 여러 마리였는데 모두 어디 가고 두 마리씩만 남았는지 모르겠다. 이따금 쭈뼛거리며 끼어오는 한두 고양이가 종적 묘연했던 일족인 것 같기도 하다.

고양이들에게 대놓고 한 끼 식사를 제공한지 2년 가까이 된다. 두 번의 겨울 중 한 고비 겨울을 이제 막 넘겼다. 고양이들은 어디서 추위를 피할까? 한 짝만 남은 빨강 털장갑을 고양이들이 다니는 길목인 목련나무 아래 던져둔 적이 있다. 어느 고양이든 난방용으로 쓰기를 바랐는데, 끝내 아무도 물어가지 않아서 눈에 덮인 채 그대로 남아있었다.

겨울에 옥상은 유난히 춥다. 고양이들이 빳빳이 언 채 기다리거나 허탕치고 내려갈 것이 걸려서 어떤 때는 채 잠이 깨지 않은 상태로 나가보곤 했다. 옥상에 고양이들이 없으면 큰소리로 “야옹스! 야옹스!” 불렀다. 그러면 잠시 후 고양이들이 기대에 찬 걸음걸이로 줄지어 계단을 올라온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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