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팔레스타인 총선을 통해 의회를 장악한 하마스와 야당으로 전락한 파타당이 처음으로 대면한 의회에서 정면 충돌했다. 두 당의 충돌은 예견된 것이었으나 드러난 감정의 골은 예상보다 깊었다.
6일 열린 의회 첫 회기에는 전체 의원 132명 중 112명이 참석했다. 20명은 이스라엘 교도소에 수감중이거나 도피중이어서 불참했다. 이중 일부는 가자지구에서 비디오를 통해 의사를 표현했다.
하마스 출신 아지즈 드위크 의장이 주재한 이날 회의는 시작되자마자 파타당에 대한 하마스의 비난이 쏟아지면서 양 당 의원간 고성이 쉴새 없이 오갔다.
하마스 소속 의원들은 “총선에서 패배해 물러날 의원들이 많은데 의회를 소집해 법안을 처리해 버린 것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다수당이었던 파타당은 총선에서 패배한 뒤 새 의회가 구성되기 전인 지난달 23일 의회를 소집, 파타당 소속인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이 9명의 재판관 전원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 신설안을 통과시켰다. 소수당으로 전락한 만큼 압바스 수반에게 힘을 실어줘 의회에서 통과된 법률을 헌법재판소를 통해 부결할 수 있도록 해 의회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편법 조치였다.
하마스 의원들은 “파타당의 조치는 총선에서 보여준 팔레스타인들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으로 헌법에 위배되는 만큼 다시 표결에 붙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나빌 샤츠 등 파타당 소속 의원들은 “헌법재판소 신설안은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며 “하마스가 자신들만의 독재를 하고 있는데 민주주의 법에 따라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다수당인 하마스가 표결에 붙이기로 결정하자 파타당 소속 의원들이 모두 퇴장해 버렸다. 파타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이뤄진 표결 결과 찬성 64표, 기권 6표로 헌법재판소 신설안 등은 모두 무효 처리됐다. 회의가 열리는 동안 의회 건물 주변에선 무장한 수 십 여 명의 파타당 지지자들이 하늘에 총을 쏘며 무력 시위를 벌였다. 일부는 “하마스가 이끄는 의회에 참여하는 파타당 의원들을 암살하겠다”고 경고했다.
회의가 끝난 뒤 하마스측은 “의회 민주주의로 가는 과정의 일부”라며 내주 중 구성될 내각에 파타당과 다른 모든 정파들이 동참해 줄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파타당은 “첫 의회 회기에서 하마스가 법을 위반하고 일방적으로 의사진행을 한 것은 대화와 파트너십의 기반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이틀째 등원을 거부한 채 대법원에 제소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한편 샤울 모파즈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7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 “이스마일 하니야 팔레스타일 차기 총리 지명자도 암살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는다”며 노골적인 암살 의도를 내비쳤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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