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의지의 독일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의지의 독일인"

입력
2006.03.08 00:08
0 0

“크렘린 궁을 상대로 10년 넘도록 힘겹게 싸워 온 보람을 이제서야 찾는 것 같아 홀가분합니다.”

독일 사업가 프란츠 세델마이어(42)는 1991년 소련이 무너지자마자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건물을 샀다. 시장 자유화가 이루어지면 황금어장이 될 것이라는 판단한 것이다. 200만 달러를 투자해 국제 회의장 시설을 갖춘 고급 빌라를 만들었다. 그러나 사업이 만개하려는 순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러시아 정부가 이 건물을 보리츠 옐친 당시 대통령의 숙소로 쓰겠다며 강제로 빼앗은 것. 게다가 러시아 정부는 할머니 장례식 참석 차 독일에 갔다 러시아로 돌아가려는 그를 입국 금지시키고 러시아 내 그의 전 재산을 압류했다. 그는 “뇌물을 달라는 러시아 관리들의 요구를 거절해 미움을 샀다”며 “처음에는 그냥 두다 장사가 된다 싶으니 러시아 정부가 슬쩍 한 것”이라고 분개했다.

부당하게 빼앗긴 재산을 되찾겠다고 결심한 그는 독일에서 러시아로 가는 모든 돈을 묶어 버리기 위해 2001년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사가 러시아 정부에 내는 영공 통행료를 몰수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3자인 루프트한자가 엉뚱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러시아 정부 손을 들어주었다.

세델마이어는 부동산을 공격하기로 작전을 바꿨다. 독일 내 러시아 정부 소유의 부동산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팔며 전국을 돌던 중 소련 국가안보위원회(KGB) 스파이로 활동한 친구로부터 쾰른에 옛 KGB 건물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소련 정부 소유로 등록 됐기에 소송을 걸 수 없었다.

그는 매달 등록 정보를 살폈고 결국 2002년 건물 소유주가 러시아 정부로 바뀐 것을 알아내 즉시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법원은 건물 매각을 명령했고, 세델마이어는 건물이 팔릴 때까지 매달 2만 9,000달러(2,800만원) 정도인 임대료를 걷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 받았다.

미국의 서브웨이 샌드위치, 코라 연어와 캐나다 아칸겔 다이아몬드사 등도 러시아 정부를 상대로 빼앗긴 재산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