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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수 "문학은 모순… 후배들 고통 즐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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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수 "문학은 모순… 후배들 고통 즐기길"

입력
2006.03.0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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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비평가 김현(1942~1990)은 자신의 세대를 일러 “한국어로 배우고, 한국어로 사유하고, 한국어로 글을 쓴” 첫 세대라고 했다.

우리 문학이 그 세대로 하여 비로소 한국어 문학으로 쓰여지고 읽히고 향유의 대상으로 대접 받게 됐다는 의미다. 그들-약관에 등단해 40여 년을 활동해 온-이, 나이에 밀려, ‘현장’을 떠나고 있다.

교육 현장이다. 김치수(65ㆍ전 이화여대 불문과) 씨도 35년의 교수 생활을 접고 지난 2월 정년 퇴임했다. 그는 “이제야 비로소 제 본연의 ‘현장’인 문학의 현장, 비평의 현장으로 되돌아가야 할 때가 된 셈”이라고 했다.

그는 서울대 불문과 재학 시절인 1962년 김현 김승옥 최하림 등과 한글세대 최초의 동인지 ‘산문시대’를 발간했고, ‘68문학’ 동인을 거쳐 계간 ‘문학과지성’의 창간을 주도했으며, ‘공감의 비평을 위하여’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를 썼다.

그리고 6일 자신의 40년 문단 활동의 중간 결산이라 할만한 새 비평집 ‘문학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이 비평집에서 정년 퇴임의 감회를 ‘절대거부’의 사상가 마르쿠제의 말에 얹어 전하고 있다. “(억압이 없는 완전한 자유를 획득한 뒤에는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그 때 비로소 자유로운 상태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자유롭게 생각할 것이다.”

- 4ㆍ19 비평세대의 역할은.

“그 전까지 비평은 서양이론이나 사조에 우리 문학을 대입하는 식이었죠. 한국문학 작품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와 분석이 미흡했던 탓이죠. 우리 세대에 와서야 ‘작품론’과 ‘작가론’이 쓰여지기 시작했어요.

저평가ㆍ미평가됐던 염상섭 채만식 최서해 정지용 김춘수 김수영 등을 재조명하는 작업, 곧 우리 문학을 풍요롭게 하고 독자적인 문학이론과 문예사조를 낳는 토대를 닦은 셈이지요.” (그 주역들이 ‘문지 4K’로 불리는 김현 김병익 김주연 김치수와 임헌영, 염무웅, 이광훈 등이다. 교단에 있는 염무웅은 내년, 김주연은 다음 학기가 정년이다.)

- 이전 세대가 물려준 유산이 있다면.

“50년대 비평가 그룹이라면 유종호 김윤식 이어령 홍사중 선생 등이 계시지요. 그들은 (백철, 조연현 등의) 이전 세대와 달리 문학의 사회성을 부각시켰습니다. ‘사상계’ 등을 중심으로 한국문학의 역사성과 사회성을 중심에 두고 이데올로기 비평에 힘을 쏟았지요.”

- 문학적으로 가장 활기차고 행복한 시절이었던 듯한데.

“하지만 그 세월은 늘 힘들고 괴로웠어요. 자유당 독재, 군사독재, 유신, 신군부…. 행복했다면, 거기에 짓눌리지 않으려고 함께 고민하고 토로하고 격려하던 문학 동지들을 만난 덕분이지요. 김승옥 황동규 정현종 이청준…. 우리 세대는 동시대의 정신적 동질성이 무엇인지, 그 새로운 감수성의 근원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 문학의 입지가 흔들리는 이 세대의 비평가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문학은 가장 생생하고 절실하게 사는, 삶의 장르입니다. 기존의 덕목을 지키면서 한편으로 기성의 가치에 도전하는, 모순의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죠.

문명의 전환기인 오늘의 문학이야말로 더 깊이 아파하며 그 고통을 감당해야 합니다. 아날로그적 덕목을 지키며 디지털적인 가치를 수용해야 하는 것이죠. 오늘의 문학인들에게는 그 고통이 역설적으로 행운입니다. 자기 세대의 감수성을 찾으며, 삶과 세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도전하는 과제를 주니까요.”

그는 몇몇 대학으로부터 강의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말했다. “교육현장에 있다 보면 자유로운 글쓰기가 힘들어요. 이제 전업 문학인으로 살아야지요. 당장에는 먼저 낸 책들을 보완, 개작하려고 합니다.”

그의 정년퇴임 기념모임은 17일 오후 4시 이화여대 LG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김치수는

▦1940년 전북 고창생

▦중앙고, 서울대 불문학과(학ㆍ석사) 프랑스 프로방스대(박사)

▦72~2006년 2월 부산대, 한국외대, 이화여대 교수

▦'한국소설의 공간' 등 저서와 '누보로망을 위하여' 등 번역서 출간

▦현대문학상 팔봉비평문학상 등 수상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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