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의 3ㆍ1절 골프파문이 김대중 정부의 레임덕을 불러왔던 옷 로비 사건의 닮은 꼴이 돼가고 있다.
이 총리가 철도파업 첫날이자 3ㆍ1절인 1일 부적절한 인사들과 골프를 쳤다는 어쩌면 사소한 시빗거리가 잇단 말 바꾸기와 뒤늦은 해명으로 의혹사건으로 번진 것이다.
옷 로비 사건은 김대중 정부가 IMF 금융위기를 어느 정도 수습해 자신감에 넘쳤던 1999년 5월에 처음 불거졌다. 외화밀반출 혐의로 구속된 최순영 대한생명 회장의 부인 이형자 씨가 당시 강인덕 통일부 장관의 부인 배정숙 씨 등을 통해 김태정 검찰총장 부인 연정희 씨에게 수천만원대의 옷 로비를 시도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초 이 사건은 이형자 씨가 “배 씨를 통해 연 씨의 옷값 등 2,400만원어치의 대납을 요구 받았다”고 주장하고 연 씨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 두 사람의 단순한 진실게임 정도로 촉발됐다. 그러나 이들이 계속 말을 바꾼 데다 고위층 부인들의 행태에 대한 여론도 급격히 나빠지면서 정권의 도덕성 문제로 비화했다.
골프 파문도 비슷하다. 이 총리와 골프 파트너들은 파문이 확대된 뒤에도 한동안 골프모임의 성격, 주선자 등을 밝히지 않고 말도 시시각각 바꿔 의혹을 자초했다. 뒤늦게 이기우 교육부차관이 7일 전말을 설명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의문들이 남는다.
특히 주가조작 혐의로 실형을 살고 자신의 회사가 밀가루가격 담합혐의로 35억원의 과징금을 받은 류원기 회장에 대해 이 총리측 등 참석자들이 참석여부를 극구 숨겨 로비의혹을 확대 재생산했다.
더욱이 이 총리와 류 회장 등이 첫 골프 모임을 가진 2004년 9월은 바로 공정거래위의 담합행위 조사가 시작된 직후다. 로비 가능성을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파문이 확대될 때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이라는 점도 닮은꼴이다. 옷 비 사건 때는 김대중 대통령이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귀국, “언론이 마녀사냥을 벌이고 있다”고 반박, 여론이 더 악화됐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금 아프리카를 순방 중이다. 다만 노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과는 달리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옷 로비 사건은 16대 총선을 앞두고 극점에 달했고, 골프 파문은 5ㆍ31지방선거를 앞두고 터졌다는 점도 비슷하다. 야당이 총공세를 펼치며 정치쟁점화하는 것도 일치한다. 그러나 마지막 결론이 같을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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