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노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석연찮은 실격 판정으로 동메달을 놓친 변천사(18) 선수. 메달을 놓친 아쉬움보다는 부모님, 특히 자신의 ‘수호천사’인 어머니 강명자(67)씨가 걱정할까봐 더 가슴이 아팠다는 그는 사흘 뒤 3,000m 계주를 우승으로 이끈 뒤 곧장 어머니에게 전화해 자랑스레 외쳤다. “엄마, 나 집에 가져갈 금메달 땄어.”
MBC의 휴먼다큐 프로그램 ‘가족愛 발견’은 9일 오후 7시20분 토리노의 쾌거를 일군 ‘수호천사’ 변천사 선수와 어머니 강씨의 뜨거운 모녀 사랑을 소개한다.
강씨가 첫 딸을 품에 안은 것은 마흔 일곱 살 때. 결혼한 지 22년 만이었다. 좋다는 약을 다 써 봐도 아이가 생기지 않았지만 천사의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기 한 달 전에 기적같이 아이가 생겼다. 어렵게 얻은 첫 딸에게 아버지 변선구씨는 내 천(川)에 모래 사(沙), 천사라는 이름을 붙였다. 냇가의 수많은 모래 중에 단연 돋보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천사가 이름에 값하는 한국 쇼트트랙의 기둥으로 자라기까지는 어머니 강씨의 눈물겨운 헌신이 있었다. 원래 각종 스포츠를 즐겼던 강씨는 다섯살배기 천사의 손을 이끌고 아이스링크를 찾아 함께 스케이트를 배웠고 지도자 자격증까지 땄다.
천사가 동계올림픽을 마치고 한 달 만에 집을 찾은 날은 마침 어머니의 생신 날이었다. 천사는 이 세상 무엇보다도 값진 선물인 금메달을 어머니 목에 걸어드렸다. 서로의 ‘수호천사’를 자처하는 이들 모녀의 아주 특별한 사랑을 엿본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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