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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표 야구' 일본 혼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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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표 야구' 일본 혼 뺐다

입력
2006.03.0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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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카리스마가 혼(魂)의 야구를 이겼다.

한국야구가 5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아 예선에서 일본을 3-2로 꺾고 아시아 야구 최강으로 우뚝 섰다. 이승엽(30ㆍ요미우리)의 짜릿한 역전홈런과 구대성(37ㆍ한화), 박찬호(33ㆍ샌디에이고)의 특급 계투가 돋보였다.

그러나 일본 야구계는 한국대표팀의 사령탑 김인식(59) 감독이 보여준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힘을 주목하고 있다.

김인식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덕장. 감독은 선수를 믿고, 선수는 감독을 전적으로 따르기 때문에 그의 야구는 ‘믿음의 야구’로 불린다.

그래서인지 김 감독이 맡은 팀은 전력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비교적 전력이 처지는 두산(전 OB)을 두 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은 것도 ‘믿음의 야구’의 힘이라는 평가다.

김 감독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국가대표팀을 처음 맡아 6전승으로 한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WBC 일본전 승리까지 포함하면 대표팀에서만 9연승. 반면 WBC를 앞두고 일본 대표팀 사령탑을 처음 맡은 왕정치 감독은 한 수 아래로 여겼던 한국에 첫 패배를 맛봤다. 일본 야구를 상징하는 왕정치 감독에게는 믿어지지 않는 뼈아픈 패배다.

김인식 감독의 ‘믿음의 야구’는 위기에서 빛났다. 김 감독은 4번 타자 김동주(30ㆍ두산)가 3일 대만전에서 어깨를 다쳐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선수들을 똘똘 뭉치게 하는 계기로 삼았다.

일본의 간판스타 이치로(33ㆍ시애틀)가 “한국이 앞으로 30년간 일본을 이길 수 없게 만들겠다”고 큰소리치자 김 감독은 선수들을 불러모은 뒤 “이치로가 한국을 의식하고 있다. 신경 쓰지 말고 무시하라”며 선수단의 동요를 미리 차단하기도 했다.

일본 야구는 흔히 정신력을 강조하는 ‘혼의 야구’로 불린다. 하지만 한국전 패배를 계기로 ‘왕정치 야구에 카리스마가 없다’는 자성이 나오고 있다.

일본 대표팀 왕정치 감독이 추구한 ‘스몰베이스볼’이 패배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스포츠호치가 1면에 ‘스몰베이스볼 결국 붕괴’ ‘전력 분석에서도 한국에 졌다’고 한탄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일본 신문은 6일자에서 일제히 ‘굴욕’ ‘붕괴’ 등의 단어를 사용해 침통한 분위기를 전했다. 산케이스포츠는 1면 머릿기사를 ‘이 굴욕을 잊을 순 없다’는 문장으로 시작했고, 닛칸스포츠는 아예 WBC 대신 축구 소식을 1면에 실었다.

일본의 한국전 패배는 그만큼 큰 충격이었고 ‘잊고 싶은 사건’이었다. 일본 야후(www.yahoo.co.jp)에는 ‘5일은 일본야구 멸망 기념일이다’ ‘한국보다 애국심이 없어서 졌다’는 일본 네티즌의 비난이 쏟아졌다.

일본의 간판타자인 이치로(시애틀)는 “이 상황에 만족한다면 야구를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면서 본선 리그에서 한국에 꼭 설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허허’하는 너털웃음으로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김인식 감독 또한 일본과의 재대결을 기다리고 있다. WBC 4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본은 꼭 넘어서야 할 상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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