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 비서실장을 지낸 이기우(사진ㆍ58)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이 사면초가다. 말문도 닫았다.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는 이 총리의 3ㆍ1절 골프 라운딩에 동행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처신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교육부 차관인지, 아직도 ‘李의 남자’(총리 비서실장을 지칭)인지 구분을 못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1월31일 ‘고졸 신화’라는 화려한 찬사 속에 임명된 이 차관은 골프 구설에 오른 이후 언론을 철저히 피하고 있다. 골프 파동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힌 적은 단 한차례도 없다. 다만 교육부 관계자를 통해 라운딩 합류 경위 등을 간단히 털어 놓았을 뿐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6일 “예정에 없었으나 2월28일 연락을 받고 급하게 합류하게 됐다”는 이 차관의 말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정순택 전 대통령 교육문화수석이 이 차관에게 전화해 ‘총리가 오는데 모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해 차관이 갔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의 설명이 맞다면 이 차관은 스스로 ‘과잉 충성’을 했을 개연성이 높다. 이 총리가 직접 “함께 라운딩하자”고 제의했던 게 아니라 평소 친분이 있던 정 전 수석의 제안을 주저 없이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육계 주변에서는 이 차관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을 아쉬워하고 있다. 총리 비서실장 시절 이 총리를 그림자 보좌해온 그가 라운딩할 인물의 면면을 고려했다면 총리에게 라운딩 자체를 만류했거나 자신도 참석하지 말았어야 옳았다는 지적이다. 상황 판단이 빠르기로 정평이 난 이 차관으로서는 돌이킬 수 없는 오점을 남긴 셈이다.
한 교육계 인사는 “이 차관이 (공석인) 총리 비서실장 역할도 해야 한다는 착각에 사로잡힌 것 같다”며 “산적한 교육 현안 해결에 매진하는 자세가 아쉽다”고 꼬집었다.
각별했던 이 총리와의 질긴 인연이 이 차관의 발목을 잡고 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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