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 한양대 의대 ○○○, 경찰대 XXX…’
아침부터 밤 늦도록 번쩍거리는 전광판이 명문대와 의대 합격자들의 명단을 쏟아낸다. 입시학원이 아니다. 대전 서구 C고교 담장에 내걸린 전광판이다. 도로 쪽을 향한 것으로 보면 이 학교 학생 뿐 아니라 행인들의 눈길을 끌려는 뜻도 있는 것 같다.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다. 입시가 끝나자 앞다퉈 명문대 합격자들의 이름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학교들이 왜 이러는 지는 짐작이 간다. ‘명문대에 이렇게 많은 학생들을 보냈다’는 사실을 학부모들에게 자랑하고 싶고, 재학생들에게는 ‘너희들도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선배를 닮으라’고 자극을 주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심신이 건강한 도덕적인 사람’등등의 교육 목표는 한낱 구호에 불과하고, 학교 마다 갖고 있는 그럴 듯한 교훈은 교문에나 새기기 위한 것임을 스스로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명문대 진학과는 거리가 먼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는 이런 전광판을 보면 소외감 마저 느낀다. 교육을 장사로 여기는 입시학원이야 그렇다고 쳐도 공교육 기관까지 이러니 학교와 학원이 뭐가 다른지 헷갈릴 지경이다.
교육청은 이 같은 빗나간 행태를 바로 잡기는커녕 이들 학교와 발을 맞췄다. 대전시교육청과 충남도교육청은 최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명문대 진학자 수를 공개했다. “예전에는 대학 진학률만 발표하더니 왜 올해는 특정대학 진학자 수를 공개했나”라는 물음에 대전시교육청은 “충남이 먼저 공개해 우리도 포함시켰다”고 이웃 교육청을 들먹였다. 충남도교육청 담당자는 “실수”라며 얼버무렸다. 두 교육청 모두 비교육적임을 잘 알고도 그랬다는 소리다.
명문대 합격이 자랑이 되는 곳에 참교육이 설 자리는 없다.
전성우 사회부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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