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는 3ㆍ1절 골프파문이 일파만파로 확대되자 일요일인 5일 이강진 공보수석을 통해 대국민사과를 하고 사실상 사의를 표명했다.
이 총리 본인은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고 거취에 대한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야당의 집중공격에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이 총리 품성으로 볼 때 대단히 이례적인 조치이자 처신이었다.
그만큼 이 총리의 3ㆍ1절 골프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당초 “3ㆍ1절이자 철도파업 첫날 어떻게 총리가 골프를 칠 수 있느냐”는 문제제기가 있었을 때만해도 이 총리측은 “골프를 치면서도 국정을 챙길 수 있다” “3ㆍ1절 기념식은 대통령이 참석한다”고 당당하게 반박했다.
그런 이 총리가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고 사의를 표명한 것은 골프 파트너들이 주가조작, 불법 정치자금 제공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기업인들이라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욱이 골프 다음날인 2일 공정거래위로부터 담합행위로 고발까지 당한 기업인도 끼어있었다. 은근한 선처 부탁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무리 강골인 이 총리일지라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법조브로커 윤상림 씨와의 골프로 구설수에 오른 터였다.
여기에다 3ㆍ1절 부적절한 골프는 악화되는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고 여당에서도 “총리가 선거를 망치려고 작정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냥 버틸 경우 이 총리 개인의 이미지 손상은 물론 여당도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판단도 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이 총리는 4일 노무현 대통령에 전화를 걸어 사과하고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후 거취문제를 논의하겠다”며 사실상 사의를 표명했고 5일 대국민사과를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개운치 않은 대목도 있다. 거취 문제를 노 대통령의 순방 이후로 미뤄 “시간을 벌기 위한 지연작전”이라는 지적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이 총리가 대국민사과를 직접 하지 않고 공보수석을 통한 것도 모양새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노 대통령의 선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총리가 더 국정을 책임져 주었으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리의 한 측근도 “지금은 시끄럽지만 순방 후 대통령이 질책과 주의를 주는 것으로 끝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국민사과로 일단 소나기는 피한 후 여론이 잠잠해지면 노 대통령이 순방에서 돌아와 이 총리의 사임을 만류하는 것으로 사건을 일단락 하려는 의도가 읽혀진다.
그러나 그런 미봉책에 국민이 동의하기에는 그 동안 이 총리의 언행과 처신에 너무 문제가 많았고 민심도 멀리 떠나있다. 노 대통령이 이 총리를 보호할 경우 지방선거 패배 등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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