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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국의 이슬람 불심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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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국의 이슬람 불심검문

입력
2006.03.0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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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인종적 불심검문을 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 의회가 두바이포트월드(DPW)라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국영기업의 미 주요 6개 항만 운영권 인수를 좌절시키겠다고 나선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DPW에 뉴욕, 뉴올리언스 등의 항만 운영권을 내줄 수 없다며 미 의회가 “불가”를 외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UAE가 이슬람 교도들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아랍 이슬람 국가는 테러리스트의 온상이고 테러리스트가 DPW에 침투하면 미 국가안보에 심각한 구멍이 뚫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UAE는 다른 중동 국가들에 비해 훨씬 더 위험하다는 주장도 이들의 반(反) UAE 목록에 올라있다.

●UAE 항만운영 초당적 반대

공화, 민주 양당이 모처럼 초당적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 아랍, 반 이슬람 전선의 자양분은 기본적으로 9ㆍ11 테러 이후 미 국민들 의식의 밑바닥을 휘감고 있는 ‘테러에 대한 공포’이다. 미 의원들은 항만 거래를 국가안보에 연결시키는 것만으로도 쉽게 이 대중의 공포를 되살릴 수 있었다. 한번 살아난 공포는 또 금세 ‘이슬람은 무조건 안 된다’는 극단적 형태로 모습을 바꾼다.

상황이 이쯤 되면 이성적, 합리적 설명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고 만다. UAE는 테러와의 전쟁을 함께 수행하는 동맹국이라거나, DPW가 영국기업 ‘P&O’로부터 항만 운영권을 인수하더라도 실제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얘기도 물정 모르는 순진한 소리로 내몰릴 뿐이다. 공포의 효과는 이번에도 위력을 발휘했다.

인수거래를 옹호하던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도 한 발 물러섰고 DPW는 향후 45일 동안 안보 우려에 대한 재검토를 받겠다고 자처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최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이슬람 국가들을 순방했다.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승리를 거둔 하마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도록 설득하기 위해서 였다. 미국이 “하마스는 안 된다”며 반 하마스 공동전선을 강화하려는 이유는 하마스가 테러단체 목록에 올려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해 팔레스타인에 제공한 특별지원금 5,000만달러를 되돌려 달라고 요구, 이미 3,000만달러를 돌려 받았다.

미국이 UAE 기업의 항만 인수를 저지하려는 것이나 하마스로 흘러 들어가는 돈줄을 옥죄겠다고 나선 이유는 서로 닮아 있다. 위험성의 경중, 미래에의 변화 가능성을 따져보기 전에 일단 막아놓고 보자는 것이다. 이는 머리에 터번을 두른 사람에 대해선 무조건 길을 막고 불심검문을 하겠다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민주주의 확산 신념에도 배치

라이스 장관의 외교는 실패했다.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미국에 인내심을 갖고 하마스가 변화할 수 있는 시간을 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라이스 장관은 사우디의 한 여성 저널리스트로부터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선거에서 이긴 하마스에게 족쇄를 채우려는 기도를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느냐”는 냉소적 질문을 받기도 했다.

라이스 외교의 실패와는 달리 DPW에 대한 불심검문은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DPW의 미 항만 인수를 좌절시킨다고 해서 이를 성공이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고태성 워싱턴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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