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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외교 ‘유럽서 아시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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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외교 ‘유럽서 아시아로’

입력
2006.03.0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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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서남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4일 귀국 길에 오른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미국과 인도의 핵협력 협정 합의는 미국의 안보와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워싱턴 도착 전에 방송된 라디오 연설에서 “이번 협정은 인도의 민간 핵 프로그램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장치 아래 두는 대신 양국이 핵 기술을 공유하기로 한 역사적 협정”이라며 “인도를 국제적 비확산의 주된 흐름에 끌어들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협정은 급증하는 인도의 에너지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인도의 에너지 안정은) 미국의 에너지 가격을 억제하는 쪽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미 경제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언론들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지 않은 인도에 핵기술 및 연료를 제공하는 예외를 만든 합의를 ‘도박’에 비유했다.

도박의 근저에는 기존 핵비확산 체제에 손상을 주더라도 미 안보ㆍ경제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세계전략이 작동하고 있다. 이 세계전략의 핵심에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에 대한 견제가 자리잡고 있음은 물론이다.

‘미국이 외교정책의 우선 순위를 유럽에서 아시아로 옮기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도와 핵, 군사, 과학, 농업 분야를 망라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설정한 것은 아시아 중시의 신호탄이자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인도와 핵무기 경쟁을 벌여 온 파키스탄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파키스탄은 인도와 같은 핵협력 협정을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파키스탄에 핵협력을 제공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부시 대통령이 4일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의 차이점을 부각시킨 것은 인도와의 핵협력 당위성을 홍보하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파키스탄이 이에 대해 명시적으로 반감을 드러내지 않은 것만으로도 부시 대통령은 일단 체면을 세웠다. 부시 대통령이 파키스탄에 제시한 당근은 이란으로부터의 천연가스 수입계획을 반대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의 제거와 알 카에다 소탕을 위해 파키스탄의 도움이 필요하고, 무샤라프 대통령은 독재권력 유지를 위해 미국의 지원이 절실하다.

부시 대통령이 “대 테러전에 동참한 무샤라프 대통령의 결단에 감사한다”면서 “내년 총선은 좀 더 투명하게 치러져야 한다”고 민주화를 촉구한 것은 미-파키스탄 관계의 복잡한 측면을 반영하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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