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를 대표하는 '국민타자'다웠다.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30ㆍ요미우리)이 짜릿한 홈런 한방으로 한국을 아시아 야구 최강으로 끌어올렸다.
이승엽이 5일 일본 도쿄돔에서 벌어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아 예선 최종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역전 2점포를 터트렸다.
전날 중국과의 경기에서 2개의 홈런을 뿜어낸 데 이어 WBC에서만 3개째 홈런. 이승엽의 맹타에 힘입어 한국은 3-2로 일본을 침몰시키고 A조 예선 1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한국이 1-2로 뒤진 8회초. 일본의 네 번째 투수 이시이 히로토시(29ㆍ야쿠르트)가 던진 제5구째 슬라이더에 이승엽의 방망이가 경쾌하게 돌았다.
빨랫줄처럼 날아간 타구가 오른쪽 관중석에 꽂히자 도쿄돔에 모인 4만여 일본 야구팬의 입이 딱 벌어졌다. 3-2 역전. "앞으로 30년간 일본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하겠다"던 이치로(33ㆍ시애틀)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순간이었다.
'국민타자'는 역시 달랐다. 이승엽은 이틀 사이에 홈런 3방을 터트려 김동주의 부상으로 시름에 잠긴 더그아웃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이승엽은 중국전에서 홈런 2개를 포함해 4타수 4안타 5타점의 맹타를 휘둘러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뒤 "일본전은 국가적으로 중요하다. 선수단과 응원단이 힘을 합쳐 승리를 따내겠다"던 약속도 지켰다.
이승엽은 최근 감기 몸살에 시달린 탓에 몸도 마음도 정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준비된 타자는 달랐다. 도쿄돔에 모인 일본 야구팬에게 '아시아 홈런왕'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이승엽은 새 안방인 "도쿄 돔의 아늑한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승엽의 홈런포는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감독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승엽은 경기후 "일본 투수는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변화구로 승부하기 때문에 1-3에서 변화구를 노렸다. 세게 쳤다면 파울이 될 공이었는데 타이밍에 맞춰 가볍게 쳤기 때문에 홈런이 됐다"고 홈런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한국야구를 무시하는 듯한 이치로의 발언은 신경 쓰지 않았다. 일본을 이기기 위해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승엽은 이제 WBC 본선에서 메이저리거들과 본격적인 방망이 대결을 펼친다. 빅리그 스카우트가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본선에서도 홈런포를 펑펑 터트리면 빅리그의 러브콜을 기대할 수 있다. 이승엽은 1월 "2006년은 요미우리에서 뛴 뒤 연말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겠다"고 다짐했다.
빅리그 거포들과의 홈런 대결에 벌써부터 마음이 들뜬 이승엽. 그를 포함한 한국 대표팀은 6일 미국 애리조나로 출발한다.
도쿄=한준규기자 manb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