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2일 핵 협정 체결을 맺으며 굳게 손을 잡는 모습을 바라보는 파키스탄의 마음은 착잡하다.
셰이크 라시드 파키스탄 정보부 장관은 협정 체결 직후 “미국과 인도의 핵 협정 체결에 대해 정부가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 십년 동안 이어져 온 미국과의 동맹 관계에 금이 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은 숨기지 못한다.
미국과 파키스탄은 냉전 이후 동맹 관계를 유지해 왔다. 1979년 옛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미국은 파키스탄 내 이슬람 무장 저항세력에게 돈과 무기를 제공했다. 파키스탄은 9ㆍ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한 미국에게 아프가니스탄 침공 기지를 제공하고 탈레반과 알 카에다 소탕 작전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했다.
파키스탄 칼럼니스트 탄비르 아흐마드 칸 박사는 그러나 “이 동맹은 어디까지나 미국의 필요에 의해 맺어졌다”며 “미국에게 쓸모가 없으면 동맹 역시 계속 이어질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은 답답하다. 1999년 무혈 쿠데타로 집권한 뒤 정통성 시비에 휘말렸던 그는 대 테러전 때 미국에 협조하며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이슬람 무장세력의 저항이 끊이지 않으면서 치안마저 최악으로 치달아 지도력에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이 그를 버린다면 미국의 최대 동맹이었다가 이슬람혁명으로 무너진 이란의 전제 군주 샤의 전철을 밟을지 모른다는 예측마저 나온다.
3일 밤 파키스탄을 방문하는 부시 대통령이 4일 정상회담에서 내놓을 선물 보따리도 별 것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들은 “파키스탄은 통상 안보 군사 등 포괄적인 협력 강화를 약속 받는 동시에 인도와 마찬가지로 에너지 개발용 핵 개발에 대한 지원을 원하고 있다”며 “그러나 미국은 대 테러 전쟁과 이란 핵 문제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미국으로부터 외면받을 경우를 대비해 중국과 손 잡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칸 박사는 “기술과 경제 면에서 미국보다 중국이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역시 미국과 인도의 핵 협상을 두고 “핵 무기 보유국 모두 각자의 짝을 찾을 수 있다”고 밝힌 데다 지난달 파키스탄에 325㎽급 원전 설비를 공급하기로 하는 등 파키스탄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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