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원들의 업무 복귀가 늘어나면서 철도파업이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의 대량 직위해제 조치와 불법 파업에 대한 경찰의 기민한 대응 등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노조원들이 속속 파업 대오에서 빠져 나오고 있다. 또 든든한 지원 세력인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중단키로 하면서 파업의 구심점을 잃은 노조원들도 잇따라 업무에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강경파 노조원과 파업 지도부가 공사측의 몰아붙이기에 거세게 반발하며 장기전으로 갈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업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배제할 수 없다.
철도공사는 전날 밤 387명에 이어 3일에도 1,857명을 무더기 직위해제 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이철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을 계기로 앞으로 다시는 불법 파업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강경책을 고수할 것을 거듭 확인했다. 철도공사는 업무 복귀 시간에 따라 문책의 강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조속히 돌아올 것을 촉구하고 있다.
공사의 강경 대응에 노조원들은 동요하는 분위기다. 파업 대오를 이탈하는 노조원들이 늘어나면서 3일 오후 10시 현재 복귀율은 37.2%에 달했다. 파업의 핵심인 기관사들의 복귀율도 전날의 미미한 수준에서 벗어나 39.0%까지 치솟았다. 높아진 복귀율은 또 다시 노조원들의 연쇄 복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날부터 시작된 노조원들의 업무 복귀로 불안감을 느끼던 파업 지도부는 3일 든든한 지원군인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일시 중단한다는 소식에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다. “이러다 파업 동력이 더욱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철도노조는 이날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가 성실한 교섭은 외면한 채 노조를 무력화 하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며 “보다 더 견고하게 파업의 대오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격앙된 분위기와 달리 노조가 현실적으로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사실상 없다. 휴대폰과 인터넷으로 원격 지침을 내려 흩어져 있는 노조원들을 통제하는 것 밖에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노조 관계자가 “이제 국민 여론에 기대는 수 밖에 없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여론은 결코 노조에 우호적이지 않아 보인다는 게 문제다.
경찰의 잇단 노조원 연행과 노조 사무실 압수 수색도 노조에게는 엄청난 부담이다. 경찰은 현재 “불법 파업으로 산개투쟁을 하고 있는 노조원들은 모두 현행범”이라며 전국 곳곳에서 노조원 수백명을 경찰서로 연행해 조사 중이다.
경찰에 연행되는 노조원 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경찰은 또한 노조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흔들림 없이 대오를 유지하라”는 지도부의 휴대폰 메시지와 이메일로 동요하고 있는 노조원들을 묶어 두기엔 힘든 상황이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먹고 살기 위해 나갔지만, 먹고 살기 위해 들어와야 했다”는 한 업무 복귀 노조원의 말처럼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공사와 정부의 밀어붙이기 전략이 오히려 노조원들의 내부 결속을 다지게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지금 업무에 복귀하나 나중에 끌려가나 징계 당하는 것은 똑같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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