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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行 윤영선 4단 "유럽에 '바둑 한류' 전파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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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行 윤영선 4단 "유럽에 '바둑 한류' 전파할게요"

입력
2006.03.0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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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도라 힘들겠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팬 여러분들도 많이 성원해 주시리라 믿어요.”

한국 여자바둑계의 간판 윤영선(29) 4단이 한국 바둑의 전령사를 맡아 독일로 떠난다. 바둑 보급을 위해 여류프로기사가 해외에 나가는 것은 국내 프로바둑 사상 처음이다. 윤 4단은 29일 출국, 4월 1, 2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는 주프랑스 한국대사배 바둑대회에 참석한 뒤 독일로 향한다.

“2002년부터 여름에 후배 기사들과 유럽을 여행했어요. 그냥 배낭여행 수준이었는데 매년 다니다 보니 유럽의 바둑대회나 클럽을 방문하게 됐고, 친한 분들도 많이 생기고…. 결국 욕심이 난 거죠.”

독일은 유럽에서 바둑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 현지 바둑인들은 그 동안 윤 4단에게 꾸준히 러브콜을 보냈다. 일본, 중국의 기사들은 유럽에서 강의도 하고 책까지 내는데 한국은 왜 신경을 쓰지 않느냐며 투덜거리기도 했다. 세계 최강의 한국 바둑을 보고 싶은 것이다.

윤 4단이 정착할 곳은 독일에서 바둑 활동이 가장 왕성한 도시 중 하나인 함부르크. 7월에 50여 명의 회원이 있는 함부르크 바둑클럽의 지도사범을 맡을 계획이다. 주말에는 유럽 곳곳에서 열리는 아마추어 바둑대회를 찾아 한국바둑을 소개하는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로부터 후원을 받아 대회도 만들고, 한국 아마추어 바둑인과의 교류도 넓힐 생각입니다. 최종 목표는 독일에 바둑스쿨을 설립하는 거예요. 독일 함부르크에서 씨앗을 틔워 유럽 전역에 한국 바둑의 꽃을 활짝 피우고 싶어요.”

어려움도 많이 기다리고 있다. 가장 큰 걱정이 생계. 프로기사의 해외 바둑 보급 활동에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일본의 경우와 다르다. “현지에서 바둑으로 생활비를 벌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한국 바둑 매체의 독일 특파원을 하거나 고정적으로 칼럼을 써서 부족하나마 충당하려고요.”

바둑에 대한 인식이 우리와 다른 점도 부담이 된다. “한중일 3국의 바둑이 엘리트 시스템이라면 유럽은 순수한 아마추어리즘이죠. 승부보다는 논리를 중시합니다. 한국에서는 상수가 지적을 하면 두 말 없이 받아들이지만 유럽에서는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면 절대 인정하지 않아요. 진땀을 좀 흘릴 거예요.” 100년 전부터 일본 바둑의 영향을 받아 기풍, 예절, 용어 등이 모두 일본식인 것도 어려움이 될 듯하다.

국내 여류프로기사의 큰언니 격인 윤 4단은 90년대 중반 여류국수전을 3연패하는 등 스타 기사로 군림했다. 지난 해에는 여류국수전과 프로여류기사 초청전 결승에 오르며 여전한 기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요즘 독일문화원에서 독일어를 배우고, 유럽 시장을 겨냥해 영어로 된 바둑입문서를 출간하는 등 준비에 여념이 없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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