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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공직자 재산공개 신뢰 얻으려면

입력
2006.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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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고위 공직자의 재산이 공개됐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1년 동안 재산을 상당히 늘린 공직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시선을 끈 것은 시세차익과 임대수입을 노린 듯한 일부 공직자들의 부동산 재테크다. 부동산 정책의 주요 담당자들 중 상당수가 강남권에 거주한다는 것도 논란이 됐다.

공직자라고 해서 부(富)를 축적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정당한 방법으로 얻은 것이라면 이를 무턱대고 비난할 수는 없다. 우리 사회에서 공직자 부의 축적에 대해서는 정서적인 것과 논리적인 것이 충돌한다. 일반 국민은 모름지기 공직자라면 청빈(淸貧)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전통사회 청백리를 포함한 고전적인 선비상(像)으로부터 받은 영향이 클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그랬는지 몰라도 오늘날 공직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억울한 일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이른바 청부(淸富)사상이다. 깨끗하게 모은 부라면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간에게 부에 대한 욕망은 자연스런 것이며, 부정부패가 아니라 수고와 노력을 투자해서 얻은 깨끗한 부라면 오히려 장려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논리다.

청부사상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에는 긴장이 존재한다. 깨끗한 부라면 논리적으로 수긍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그것이 공직자의 재산 증식이라면 여전히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공직자가 재테크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정책의 입안 및 결정권자라면,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기가 쉽지 않다. 우리 인간에게는 논리보다는 정서가 앞서 있는 경우가 많은 법이다.

공직자 부의 축적이 신뢰를 얻으려면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야 한다. 공직자의 재산 공개에서 논란이 되는 것은 현재의 제도로는 부동산과 관련된 정확한 재산규모를 파악할 수 없고, 재산형성 과정의 적법성 및 공정성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민단체가 요구하듯이 재산형성 과정의 소명을 의무화하고, ‘1세대 1주택 외 부동산 매매금지’ 등 부동산 이해충돌 방지대책을 입법화하며, 직계 존비속의 고지 거부를 폐지해야 한다. 재산형성과정의 소명을 의무화하는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데, 이를 조속히 입법화해야 한다.

부동산 백지신탁제도의 도입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실수요라고 볼 수 없거나 해명하지 않은 공직자의 부동산을 백지신탁 하게 하고, 공직을 떠날 때 취득 당시의 원리금만 돌려받도록 함으로써 공직자가 부동산 투기를 통해 불로소득을 취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다.

고위 공직자의 부동산 백지신탁법 역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데 이른 시일 안에 입법화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보완장치가 가능한데도 이를 그대로 놓아두는 것은 청부를 구체적으로 실천하지 않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우려되는 것은 공직자 재산공개가 연례행사처럼 돼가고 있다는 점이다. 잠시 관심이 쏠려 제도개선에 대한 논란이 진행되다가 다시 묻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재산형성과정에서 투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투명성을 높이지 않는다면 그것이 아무리 청부라 하더라도 국민은 여전히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시간 속에 묻어둘 게 아니라 법안을 본격적으로 손질할 때가 됐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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