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문화사학자이며 민속학자인 한스 페터 뒤르가 성애의 대명사로 여겨져 온 여성의 가슴에 대한 여러 문화권의 인식을 다양한 그림 자료를 곁들여 폭넓게 조망하고 있다.
과거 2,000여 년 동안 유럽 사회가 여성 육체의 성적 매력 발산을 어떻게 제한했는지, 또 유럽 이외 다른 전통 사회에서 여성 육체의 성적인 상품화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비교하면서, 저자는 통념과는 달리 가슴을 얼마나 노출하는가는 가슴에 대한 수치심 또는 에로틱의 정도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지역이나 사회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젊고 둥글고 탄력 있는,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여성의 가슴을 매력으로, 또 에로티시즘의 절정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이 책이 값진 것은, 서양인들이 중세 이전의 서양 문화와 이민족의 문화를 동일시하면서 자기들만이 문명화되었다는 믿음에 기초하여 식민지주의를 정당화하려는 수단으로 차용한 논리(특히, 저자는 같은 독일의 이름난 사회학자인 노르베르트 엘리아스를 겨냥한다)를 반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서유럽인들도 예나 지금이나 충동에 사로잡힌 동물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존재라고 주장한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