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소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나일강 남쪽 계곡의 테베는 고대 이집트 문명의 영화를 증거하는 곳이다. 지금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600㎞ 정도 떨어진 이 곳은 기원전 22세기 이후 몇 차례 부침을 거듭하면서, 굳건히 고대 이집트의 중심으로 자리잡아왔다.
테베는 ‘북쪽으로 터키의 국경과 맞닿을 정도였으며 남쪽으로는 깊숙이 지금의 수단까지 장악한 제국을 호령’했다. 카르나크, 룩소르, 왕들의 계곡, 왕비들의 계곡 등 장엄한 유적들이 지금도 과거의 웅장함을 과시하는 곳이다.
대영박물관 등에서 강의하고 있는 영국의 고고학자가 지은 ‘파라오, 이집트의 영광’은 이 유적 도시 테베의 현장을 사진과 함께 실감나게 보여주는 책이다. 그 현장감의 정도는 ‘처음 책장을 펼쳤을 때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았다’는 옮긴이의 감상과 한 치도 다르지 않다.
물론, 옮긴이는 그 빛의 실체를 테베가 ‘살아 있는 생명과 그 생명을 주관하는 신이 만나는 은총의 현장’이기 때문이라고 풀이 하지만, 이 책을 펼쳐 드는 독자는 굳이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다.
테베 유적이 뿜어내는 황홀한 황금빛, 벽화에서 묻어나는 고색창연함, 모노톤의 석조 이미지, 그리고 테베 유적 발굴 모습과 그 지역의 원거리 사진, 장면 장면 어느 하나 감탄하지 않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박물관 도록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이야기를 자주 듣지만, 적어도 이 정도라면 유적의 현장을 직접 보는 느낌에 전혀 손색이 없을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마치 뱅앤올룹슨 오디오로 음반을 재생해 듣는 기분이랄까. 책은 연대기 구조를 따라, 테베를 통치했던 파라오들의 치세를 차례로 살펴보면서 이들이 테베에 어떤 보물과 유적들을 보탰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왕들의 계곡에 있는 무덤과 여왕들이나 대신, 관리들과 관련된 유적까지 친절하게 소개했다. 고대 이집트의 역사와 지금 남아 있는 이집트 유적의 정수를 한눈에 만날 수 있는 책이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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