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는 옛사람들의 꿈과 상상력, 소망과 지혜가 담긴 보물 창고다. 죽은 사람을 살리는 신기한 꽃이 피고, 구렁이가 허물을 벗고 사람이 되고, 날 달걀을 땅에 묻었더니 닭이 푸드덕 날아오르고,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가 지네와 한판 대결을 벌이고, 억울하게 죽은 처녀가 새가 되어 오밤중에 슬피 울며 날아 다니기도 하고.
소설가 오정희씨가 강원도 설화를 바탕으로 쓴 동화집 ‘접동새 이야기’ 는 그렇게 신기하고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 7편을 담고 있다. 첩첩 산중 강원도가 품은 구수한 이야기들을 반듯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풀어냈다.
접동새는 왜 그리 슬피 울까. 의붓어미 구박에 누명을 쓰고 죽은 처녀가 접동새가 되어서 그렇단다. 옛날 사람들은 접동새 울음에서 억울하고 서러운 하소연을 들었나 보다. 이 이야기는 ‘접동/접동/아우래비 접동’ 하고 시작하는 김소월의 유명한 시 ‘접동새’로도 남아 있다.
어렵사리 생명꽃을 구해다가 죽은 동생을 살려낸 누나가 멀리 떠난 동생을 기다리다 구렁이가 된 사연, 구렁이와 결혼한 색시가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행복을 되찾은 이야기, 세상에서 제일 손 빠른 처녀가 남다른 슬기와 재치로 세상에서 가장 발 빠른 총각을 짝으로 맞은 이야기, 짚방망이로 짚북을 쳐서 임금이 된 남매 이야기도 재미있다.
옛날 아이들이 할머니 무릎을 베고 들었을 이 이야기들이 지금은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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