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와 체코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과거사 화해’ 외교를 펼쳤다.
푸틴 대통령은 1일 체코 수도 프라하에 도착한 뒤 기자회견에서 1968년 ‘프라하의 봄’에 대해 “러시아가 도덕적 책임을 갖고 있다”고 말하며 과거사 청산의 제스처를 취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도 56년 부다페스트의 반소ㆍ반공 민중 봉기를 소련군이 무력 진압한데 대해 ‘도덕적 책임’을 인정했었다.
프라하와 부다페스트는 반세기 전 구 소련의 공산주의 블록 지배에 저항한 역사의 현장이라는 점에서 푸틴의 방문은 관심을 모았다. 더욱이 러시아 정치 수뇌부로는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방문 이후 13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화해 발언은 그러나 체코 국민들의 숙원을 풀어주지 못했다. 체코인들은 ‘프라하의 봄’ 사태 때 소련이 폴란드 헝가리 동독 등 바르샤바조약기구 5개국을 동원해 체코슬로바키아를 무력 침공한 데 대한 공식 사과를 염원해왔다.
당시 체코슬로바키아에선 120여명이 숨지는 등 유혈 사태가 빚어졌고 알렉산더 두브체크 당서기 등 개혁파가 숙청되면서 소련의 위성국가로 전락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도덕적 책임’만 인정했을 뿐 ‘법적 책임’은 없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바츨라프 클라우스 체코 대통령과 회담에서 천연가스 문제 등 경제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체코 방문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헝가리에 2차 대전 때 소련군이 약탈한 고서 130여권을 반환했다. 1498년에 발간된 성서와 종교개혁의 아버지 마틴 루터의 서명이 들어있는 16세기 서적 등 진귀한 자료들로 헝가리 정부가 끈질기게 반환을 요구해왔다.
AP 통신은 2일까지 사흘간의 일정으로 이뤄진 푸틴의 중유럽 순방은 “바르샤바조약기구 회원국이었으나 이젠 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럽연합의 회원국이 된, 구 소련 위성국가들과 관계 개선을 위한 것”으로 평가했다. 과거사에 대한 유감 표명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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