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국내 가전 3사 양문형 냉장고에 대해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키로 하고, 미국에서 하이닉스 간부 3명이 가격담합 혐의로 징역형이 확정되는 등 수출 주력업체들이 해외에서 잇단 시련을 겪고 있다.
이 같은 통상압력은 해외에서 시장 점유율 급속해 확대해 가는 국내업체에 대한 현지 업체들의 견제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민관합동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가전3사, 반덤핑 판정에 적극 대응
삼성ㆍLG전자 등 가전 3사는 이번 EU 집행위원회의 반덤핑 잠정 관세 부과는 한국업체의 유럽시장 점유율을 낮추기 위한 견제의 신호탄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 3사는 2000년부터 유럽에 양문형 냉장고 수출을 시작, 현재는 79.8%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이탈리아 현지 공장을 운영해온 월풀은 35%대의 점유율이 현재는 10%대 이하로 추락했다. 이번 반덤핑 제소도 이런 위협을 느낀 월풀이 제기한 것이다.
국내 3사는 잠정관세 결정이 수출에 치명적일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최종 판결에서 관세 부과율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이의신청 등 소명에 주력키로 했다.
대응은 업체마다 다소 차이가 난다. 가장 높은 14.3%의 잠정관세를 부과받은 LG전자는 EU의 결정을 어느 정도 예견했다는 입장이다.
최근 들어 LG전자의 양문형 냉장고와 에어컨이 유럽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며 시장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어 그만큼 견제가 심할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는 것. 이에 따라 LG는 1,200억원을 투입해 준비해온 폴란드 공장을 연말부터 가동, 반덤핑 관세 등 규제를 받지 않는 현지 생산 체제로 전환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집행위원회의 최종 결정에 승부를 걸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은 잠정 관세율 자체가 4.4%로 타사보다 낮아 이의신청을 통해 소명만 잘하면 0% 관세율로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럽 현지의 삼성전자 관계자도 명확한 자료로 집행위원회를 설득하면 무관세율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대우일렉은 우선 양문형 냉장고 수출 비중이 전체의 10% 안팎에 불과해 잠정관세의 영향이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대우일렉은 소명 절차를 거칠 경우 현재 9.1%대의 관세율이 4%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D램 가격 담합이 원인
하이닉스 간부가 미 법원으로부터 징역형과 벌금형을 부과 받은 것은 반도체 업계에 적지않은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하이닉스 간부 4명 외에 연루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전자 전ㆍ현직 간부 7명도 이들과 비슷한 처벌을 받을 것으로 보여 상당한 파장이 우려된다.
이번 사건은 2001년 초 공급 초과와 경기 둔화로 D램 업체들의 수익성이 극히 저조했던 무렵에 벌어졌다. 급락하던 미국 D램 가격은 2001년 11월부터 2002년에 걸쳐 갑자기 2~4배로 급상승했고, 미 법무부는 이 같은 가격 급등에 업체간 담합이 작용했다는 혐의를 포착하고 2002년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끝에 2003년 말 마이크론사가 사면을 대가로 삼성전자, 하이닉스, 인피니온 등 3개사가 가격을 담합했다는 정보를 제공해 담합 혐의가 사실로 드러났다. 2005년 4월 하이닉스사가 1억8,500만원 달러의 벌금을 물었고, 삼성전자도 지난해 10월 혐의를 인정하고 사상 최대 규모인 3억 달러를 내기로 합의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이번 사건을 계기로 현지 생산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현지 업체의 집중 견제대상이 되지 않도록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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