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효능이 아무리 뛰어난들 약이 아닌 바에야 특수성분 운운은 이제 좀 식상하다. 차라리 화장의 심미적 기능에 초점을 맞춰보는 것은 어떨까.
화장품업체의 가두매장이 청춘남녀의 놀이터 역할을 톡톡히 하는 시대, 화장은 즐거운 체험문화로 군림한다. 사용 편의성을 최대한 고려한 기발한 아이디어와 신세대 감성에 호소하는 재미있는 디자인, 이른바 펀(Fun)&스마트(Smart)가 화장품업계의 새로운 화두다.
펀앤스마트는 귀차니스트(귀찮다+istㆍ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신조어) 용품이 한단계 업그레이드한 형태로 이해할 수 있다. 마스크팩 등 기존 귀차니스트 제품이 간편함을 모토로 두 가지 기능을 한데 버무리는데 집중했다면 업그레이드 제품은 한가지 기능에 집중하면서도 편리성은 한층 강화된 형태다.
LG생활건강 홍보담당 성유진씨는 “웰빙 트렌드에 힘입어 첨단 복합기능보다 단순하지만 개인적 체험의 장을 넓히는 쪽으로 제품선택 경향이 바뀌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한다.
대표적인 제품은 태평양의 헤라 마스카라 오토매직이다. 색조화장품에 전동브러시가 장착된 제품으로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다.
배터리가 내장된 브러시는 전동칫솔이 그렇듯 속눈썹에 갖다 대기만 하면 자동으로 브러시가 돌아가 마스카라를 칠해주고 뷰러(속눈썹을 집어서 올려주는 기구)를 따로 쓰지않아도 된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이래 지금까지 월 평균 1만개가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코리아나화장품이 2월 중순 출시한 무스형 클렌징 오일도 간편성이 돋보인다. 클렌징 오일은 최근 색조화장 지우는 용품으로 가장 애용되고 있지만 액체형이라 손이나 얼굴에서 흘러내리기 쉬운 것이 단점.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무스형은 미세한 거품 형태여서 흘러내리지 않는다. 초도 물량 3만 개가 매진되고 현재 2차 분이 시중에 나왔다.
LG생활건강이 최근 출시한 오휘 선케이크도 눈길을 끈다. 보통 로션이나 크림 형태로 나오는 자외선 차단제를 여름철에 많이 사용하는 투웨이케이크(파운데이션과 파우더를 압착시킨 제품) 형태로 제조, 퍼프를 이용해 수시로 덧바를 수 있도록 했다. 일반 자외선차단제가 손에 묻고 화장을 했을 경우 덧바르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는 데 착안한 것.
휴대폰 문화와 개성추구로 집약되는 신세대 감성을 집중 공략하는 제품들도 많아졌다. 물건 하나에도 개성과 재미, 나만의 이야기를 담으려는 욕구를 자극한다. LG생활건강이 내놓은 오휘 에센스 플러스 그라인딩 파우더는 말 그대로 그때 그때 갈아서 쓰는 파우더다.
흡사 커피 마니아가 즉석에서 커피콩을 갈아 내린 커피만 제 맛으로 치는 것과 같은 맥락. 파우더를 고형으로 압축, 일반 가루 파우더에 비해 가루날림이 적고 보습성분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 장점이다. 용기를 돌리면 즉석에서 파우더가 갈리는 다이얼특수용기로 제작됐다.
외형을 휴대폰과 똑같이 제작해 화제를 모았던 태평양 라네즈 슬라이딩 팩트는 2월에 슬림버전을 새로 내놨다.
갈수록 얄팍해지는 휴대폰 트렌드를 따른 것. 가로 5.7cm, 세로 9.3cm, 두께는 1.8cm로 손안에 착 들어오는 크기와 위로 밀어올려 여는 독특한 디자인에 휴대폰 고리처럼 각종 액세서리를 부착할 수 있는 고리가 부착돼있고 더구나 휴대폰 액정화면처럼 거울이 겉면에 달려있다. 이만하면 언뜻 봐서는 휴대폰과 혼동하기 딱 알맞다.
이밖에도 따로 화장솜을 사용할 필요 없이 한 장씩 커내 손톱을 문질러 주기만 하면 매니큐어를 지울 수 있는 스킨푸드의 네일 오렌지 리무버 패드, 비타민C 입자의 피부침투를 돕기 위해 가루로 만들어진 코리아나의 비타민C 파우더 에센스 등 사용의 재미와 편리성을 강조한 제품은 끝이 없다.
코리아나 마케팅실 김지영씨는 “시즌별로 나오는 화장품은 업체마다 거의 같기 때문에 최근엔 성분 보다는 마케팅 차원에서 색다른 화장 경험을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당분간은 어느 업체가 더 새로운 용기와 제형을 통해 화장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느냐가 중요한 경쟁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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