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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한국 영화를 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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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한국 영화를 본다는 것

입력
2006.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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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으로서 한국에 산 지 벌써 10년이 됐다. 그간 나는 한국의 음식, 서울 사람들의 바쁜 삶, 교육과 근면에 대한 강조, 노인 공경을 포함한 가족애 등 한국과 한국인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왔다.

미국인인 내가 이러한 것들에 대해 보다 깊은 관심과 이해를 갖게 된 것은 물론 한국에 오랜 기간 살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한 평소 한국의 문화, 특히 영화를 무척 즐기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에 역사·문화의 길잡이

한국에 처음 왔던 1996년 무렵에는 나는 거의 한국영화를 보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한국영화를 보기를 원치 않아서가 아니라 대부분의 극장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 영화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쉬리’ ‘공동경비구역JSA’ 등 일일이 세기 힘들 만큼 많은 흥행작들이 쏟아져 나왔고 나 역시 최근 몇 년 동안 ‘올드보이’ ‘말아톤’ 등 숱한 한국영화로부터 크나큰 감동을 받았다.

한국영화의 이러한 눈부신 발전에 대한 감탄은 비단 나만의 것은 아니다. 이미 많은 한국영화들이 세계 톱클래스 영화제인 칸영화제를 비롯한 외국 유수의 영화제에서 찬사와 갈채를 받고 있다.

영화는 우리들이 일상의 지루한 삶을 벗어나 잠시나마 환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도와줄 뿐 아니라 인간의 심리와 본성에 대한 독특한 시각과 사색의 기회를 제공해준다.

또 한국영화는 나 같은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길잡이가 된다. 즉 한국영화는 현대자동차나 김치처럼 한국에 큰 돈을 벌어주는 문화상품인 동시에 세계인들로 하여금 한국인들의 삶을 간접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갑자기 한국영화 이야기를 꺼낸 것도 최근에 미국의 고향에 갔을 때 경험한 일 때문이다. 내가 처음 한국에 왔던 10년 전만 해도 미국인들은 한국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다. 나 역시 그저 미군이 한국전쟁에 참전했다는 사실 외에는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다르다. 얼마 전 고향을 찾았을 때 나는 가깝게 지내는 미국인 친구들 중 상당수가 이미 한국영화를 접한 적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일은 그들이 단지 그 영화를 즐기는 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영화를 통해 접하게 된 한국적인 삶이나 한국인들의 사고방식으로부터 새로운 배움을 얻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스크린쿼터는 자국 문화의 보루

스크린쿼터 논쟁이 벌어질 때마다 나는 이 같은 체험을 이야기하곤 한다. 나는 스크린쿼터 축소를 요구하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한국인들의 입장에 더 동감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중문화산업 발전을 이룬 나라이며, 스크린쿼터는 그 같은 발전의 보루였다.

할리우드 영화에 스크린을 뺏기는 것은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한국적인 것을 알릴 기회를 잃는 일이다. 한국인들은 한국 극장에서 자국의 영화를 볼 권리가 있다. 그것은 스스로가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느끼는 기회를 가질 권리이기도 하다.

마가렛 키 <미국인ㆍ다국적 홍보대행사 에델만 이사<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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