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ㆍ영화배우 출신의 연극연출가가 문화ㆍ관광 정책의 수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김명곤(54) 문화관광부 장관 내정자는 2일에도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 있는 극단 아리랑에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4월1일 창단 20주년 기념작으로 막을 올리는, 자신이 극작한 연극‘격정만리’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아리랑은 김 내정자가 1986년에 창단한 극단으로, 그는 6년간의 국립극장장 직에서 물러나 지난 1월 “고향과도 같은 이곳”으로 돌아왔다.
일반인들이 김 내정자와 장관직을 연결짓기가 힘든 까닭은, 그가 수많은 영화와 연극 작품을 통해 대중 스타로 이미지가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독어교육과를 졸업한 후 연극배우로 활동하다 ‘바보선언’(1983)으로 데뷔한 이후‘서편제’(1993),‘태백산맥’(1994), ‘영원한 제국’(1995) 등 10여편의 영화에 출연하면서‘영화배우 김명곤’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특히 1993년 그는 ‘서편제’에서 예술에 혼을 파는 노인역을 열연,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 내정자는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실제로도 서편제의 영감처럼 냉정한 사람이 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비록 예술에 대한 고집은 닮았지만 그 영감처럼 못된 사람은 아니다”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김 내정자는 행정가로서의 면모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6년의 국립극장장 시절, 그는 상명하달식의 관료 문화를 수평적 대화 구조로 바꾸고, 외부인들의 참가를 장려하는 단체 책임 프로듀싱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국립극장에서 관료적 각질을 벗겨내는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김 내정자는 “이제 문화는 정통 대 산업, 순수 대 대중과 같은 이원적 대립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뮤지컬이 연극 관객을 빼앗아 간다는 식의 관점에서 벗어나 연극이 뮤지컬 관객을 어떻게 흡수해야 하는지를 연구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그 모범으로 영화 ‘왕의 남자’가 입증한 문화적 파급력을 들었다.
김 내정자는“문화는 분열과 대립을 치유할 소통의 기제”라며 “앞으로 문화의 블루오션을 모색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문화의 새로운 윈윈 전략을 구상중이라는 그는 문화 한류 현상에 대해 “우리 문화의 역량이 한류를 통해 급성장한 만큼 한국 전통 예술을 중시하겠다”며 “돈벌이나 문화제국주의적 관점을 배격하고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여타 아시아 문화와 공생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대학 졸업후 배화여고 독어 교사로 재직하던 시절, 자신을 연모한 제자 정선옥(44)씨와 결혼했다. 부인 정씨는 김 내정자와 함께 민족극 극단 아리랑을 함께 창단하는 등 찬 이슬을 함께 맞아 온 평생 동지다.
두 사람의 극단 아리랑에 대한 무한 애정은 대학생인 딸의 이름을 ‘아리’로 짓고, 고교생인 아들도 어릴 때‘아랑’으로 불렀던 데서도 엿볼 수 있다. 예술의 현장으로 돌아왔다 다시 공인의 길로 들어서는 김 내정자가 펼쳐보일 문화의 굿판이 궁금해진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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