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1절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한국철도노조 파업 이틀째인 2일 오전 출근길은 한마디로 난리통이었다.
설상가상 눈까지 내려 교통대란을 부추겼다. 길이 미끄러운데다 자가용까지 쏟아져 나와 버스 택시 등 다른 교통수단도 출근길에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쉽지 않았다.
직장인뿐 아니라 개학ㆍ개강하는 학생까지 한꺼번에 몰려 이날 출ㆍ퇴근길 시민불편은 극에 달했다.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해운, 정유업계 등의 피해도 늘고 있다.
이날 아침 1호선 신길역엔 평소보다 배 이상의 승객이 몰렸다.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푸시맨’도 다시 등장했다. 역무 보조요원이 승객을 객차 안으로 밀어 넣지 않고선 열차를 출발 시킬 수 없을 지경이었다.
운행률 70%를 보였다는 한국철도공사의 주장은 믿어지지 않았다. 철도공사 파업과 무관한 서울도시철도공사 관할의 5~8호선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직장인 이모(33ㆍ여)씨는 “마치 콩나물시루 같았다. 말로만 듣던 ‘지옥철(地獄鐵)’을 오늘에야 실감했다”고 불평했다.
지상은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자가용 출근자가 늘고 밤새 내린 눈 때문에 도로사정마저 안 좋았기 때문이다. 택시기사 이영복(57)씨는 “신호를 2번만 받으면 되던 교차로에서 5번 이상 신호가 바뀌길 기다려야 했다”고 푸념했다.
퇴근길 역시 짜증이 나긴 매한가지였다. 지하철 배차간격이 최장 20분까지 늘어나면서 3~4차례 나눠 타던 승객들이 한 열차에 한꺼번에 타야 했다.
가장 큰 혼잡을 빚은 노선은 1호선, 특히 신도림역 등 환승역이었다. 수도권 일대를 오가는 3, 4호선 역시 퇴근하는 시민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 자가용 때문에 퇴근길 지상교통도 정체를 빚었다.
지방에서도 교통대란은 꼬리를 물었다. 대전역의 경우 경부선 한국고속철도(KTX) 상ㆍ하행 열차가 48편으로 평소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새마을호 등 일반열차의 운행도 평소 15%(14편)에 불과했다.
일부 승객은 고속버스를 타기 위해 발길을 돌렸다. 출근길 KTX는 일반 승객과 정기권을 소지한 승객들이 한꺼번에 몰려 입석열차를 방불케 했다. 대구지역도 평소 9차례 다니는 대구_포항 통근열차가 오후에 한차례만 운행해 퇴근길 표를 구하지 못한 승객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산업계의 피해도 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_부산, 수도권_광양 컨테이너 수송 화물열차 운행이 이날 50%나 급감했다. 철도의 컨테이너 수송물량도 절반(1,100개)으로 줄었다.
철도 일반화물의 25%를 차지하는 시멘트 업계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시멘트 운송이 하루 59회에서 10회로 격감했기 때문. 특히 국내 시멘트 2대 생산지 가운데 하나인 충북 단양과 제천 지역은 시멘트 운송을 절대적으로 철도에 의존하고 있어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희정 기자 hjpark@hk.co.kr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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