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서울시장, 맞을까 틀릴까.”
요즘 여론조사만 보면 ‘강금실 서울시장’은 맞는 가설일 것 같다. 인기 없는 여당의 옷을 입혔는데도 단연 수위다. 그것도 잘 나가는 한나라당의 예비후보들이 얻은 지지도를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러니 여당은 “강금실 전 법무장관을 출마만 시키면…”이라며 애태우지 않을 수 없다. 거기다가 진대제 전 정통부장관이 경기지사 선거에 나가고 인천공항을 만든 강동석 전 건설부장관까지 인천시장 선거에 출전하면 역전승도 가능하다고 기대하는 듯 하다.
그러나 여당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기대는 그저 기대일 뿐이다. 강금실 씨만 해도 서울시장이 되기가 어렵다. 이런 저런 변수를 집어넣은 판별분석을 할 필요도 없이 투표율만 대입해도 패배의 결과가 나온다.
2002년 지방선거 투표율을 보면 20대 전반은 36.3%, 20대 후반은 27.0%, 30대 전반은 34.5%, 30대 후반은 44.8%이지만 50대는 70.0%, 60대 이상은 72.5%다. 20, 30대 유권자 수가 전체의 45%로 50대 이상의 1.5배에 달하지만 투표자는 50대 이상이 훨씬 많다. 대선에서는 20, 30대 투표율도 55~70%로 올라가지만 지방선거는 이들에게 남의 일일 뿐이다. 여기다가 여당에 우호적이라고 볼 수 없는 40대를 대입하면 상황은 더욱 어렵게 된다.
선거를 좀 안다는 사람들이 강 씨가 나오면 거품이 빠질 것이라고 전망하는데 이미 지금 이 순간에도 표가 적은 것이다.
선거구도를 봐도 그렇다. 노무현 대통령을 만든 20~40대, 진보적ㆍ개혁적 세력, 호남 등 서쪽 지역이 지금은 뿔뿔이 흩어져있다. 열린우리당 민주당 민노당으로 갈렸고 국민중심당도 충청을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다. 대신 50대 이상과 동쪽은 반대편에 공고하게 뭉쳐있다.
이런 변수들을 종합하면 여당이 정동영 의장의 고향인 전북을 뺀 나머지 지역에서 전패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한나라당 예비후보들이 강 씨의 높은 지지도를 보면서도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방선거는 해보나마나일까. 그렇다고 보는 게 맞다. 정당으로 보나, 투표율로 보나, 구도로 보나 여당이 이길 방법은 없다. 수도권 시도지사 3자리 중 하나를 얻기가 난망하며 호남, 충청의 6자리에서 2자리를 얻기도 어렵다.
다만 딱 하나 예측불허의 변수가 있다. 바로 사람이다. 3년 전 노무현 후보처럼 강금실 씨가, 진대제 씨가 충격적인 신선함으로 다가오고, 또 여당이 국민 가슴을 움직일 수 있다면 그나마 선거는 관전할 만 하다.
그러나 강금실 씨가 출마선언 후 거품 빠지는 것을 계산하고, 진대제 씨가 아들 국적으로 망신당할 것을 걱정하고, 여당 중진들이 지방선거 이후 자기 입지를 고려하면 선거는 해보나마나다.
어설픈 정치트릭을 쓰지 않고 진실하게 모든 것을 던진다면 국민은 외면한 고개를 조금 돌릴지 모른다. 그것이 전제돼야 지방선거 관전이 성립되지, 이해찬 총리처럼 철도파업 중 골프치는 오만을 보이는 한 관전법을 운위할 필요도 없어지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강금실 서울시장’의 가설이 맞을지 틀릴지 한 번 지켜보자.
이영성 부국장대우 정치부장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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