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孝)와 ‘정’(情)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가족상은 2005년 한국인에게 고루한 얘기가 돼버렸다.
오늘날 한국 가족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경제력’이다. 부부들의 절반 이상은 돈 문제로 다투고, 부모 부양도 ‘능력 있는 자녀가 맡아야 한다’거나 ‘부모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출산을 하지 않거나 미루는 가장 큰 원인도 아이의 보육비용 때문이다. 30~40대 부부의 부부만족도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낮은 것 역시 자녀양육 부담이 큰 이유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10~12월 전국 2,925가구 5,9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5년 전국 가족실태조사’ 결과를 2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요즘 가족들 사이에서는 ‘능력이 있는 자녀’(39.1%)가 노부모를 부양하거나 ‘부모 자신’(25.9%)이 알아서 노후를 꾸려가야 한다는 생각이 대세다. 여전히 ‘장남’에게 부양의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20.3%에 그쳤다.
자녀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출산계획이 없는 가족 중 무려 44.4%가 ‘자녀양육 및 교육비가 부담된다’고 답했다. 특히 20대로 가면 이 비율이 58.3%로 높아진다. 하지만 가장 이상적인 자녀 수를 묻는 질문에는 20대를 포함해 전 연령대가 ‘2명 이상’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드러냈다.
부부간 만족도는 아내(53.1%)보다 남편(59.5%)이 더 높았다. 연령대로 보면 30~40대 부부(5점 만점에 3.5점대)가 20대(3.7점대)와 50대(3.7점대)보다 불만족스러운 상황이다.
여성부 관계자는 “30~40대 부부가 자녀양육과 부모부양에 필요한 경제적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전 연령대에 걸쳐 부부갈등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경제적 어려움’(57%)이었다. 심지어 이혼까지 이를 경우 한쪽이 일방적 경제 부담을 지지 않도록 ‘이혼부모 양쪽이 모두 양육비를 내야 한다’는 대답도 81.9%에 달했다.
한편 가족 관계에서 남성이 장인장모보다 형제자매를 중시하는 반면, 여성은 형제자매보다 시부모를 더 가깝게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남성은 혈연관계를, 여성은 사랑을 가족 관계에서 더 중시했다.
남성보다 여성이 가족의 의미를 더 넓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초등학생은 1주일 평균 11시간12분, 미취학 아동은 29시간42분을 학원 등에서 보내고 여기에 각각 월 평균 20만6,000원과 20만원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어 ‘높은 사교육 비중’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정철환 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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