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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 교수의 빛으로 보는 세상] 도시를 비추는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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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 교수의 빛으로 보는 세상] 도시를 비추는 반도체

입력
2006.03.0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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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의 대부분 시대에서는 인공적인 빛을 얻기 위해 ‘화염’을 이용하였다. 모닥불, 기름 램프, 가스등, 양초 등이 그 예이다. 높은 온도에서 화석 연료나 다른 뭔가를 태워서 빛을 얻는 도구들이다.

반면 에디슨이 발명한 백열전구는 전기를 이용해 빛을 낸다. 백열전구의 안에는 텅스텐을 돌돌 말아 만든 금속선인 필라멘트가 들어 있다. 필라멘트에 전류를 흘려 뜨겁게 달구면 빛이 나온다. 뜨거운 용광로에서 붉은 빛이 나오는 것도 같은 원리다. 뜨겁게 달구어진 물체로부터 빛이 나오는 것을 ‘열복사(熱輻射)’라고 한다.

그렇지만 백열전구는 소비 전력의 대부분을 열로 바꾸어 버리고, 가시광선으로 바뀌는 양은 수 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백열전구는 극히 비효율적인 조명이다. 효율을 따지자면 형광등(2월2일자 참조)의 경우가 훨씬 낫다. 형광등은 소비전력의 4분의 1정도를 빛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 빛을 만드는 또 다른 원천은 반도체이다. 흔히 반도체를 컴퓨터 등에 사용되는 부품소재로만 생각하지만 최근 우리 생활에 급속도로 파고들고 있는 차세대 조명인 발광다이오드(LED)는 반도체로 만드는 ‘고체 램프’이다.

거리의 교통신호등을 예로 들어 보자. 몇 년 전만 해도 커다란 할로겐 전구에 색유리를 끼운 신호등이 많았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밝고 작은 램프들이 촘촘히 동심원으로 배열된 신호등을 볼 수가 있다. 이 작은 점광원(點光源) 하나하나가 바로 LED이다. LED는 구형 신호등보다 더 선명하고 밝을 뿐 아니라 소비 전력은 적고 수명은 길다. LED는 전광판 같은 대형 디스플레이, 다리, 빌딩, 관광명소의 장식용 조명으로도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반도체는 전기를 통하지 않는 절연체와 전기가 매우 잘 통하는 도체의 중간 상태의 물질이다. LED란 전자(electron)를 제공하는 n형 반도체와 전자를 받아들이는 p형 반도체를 붙여 놓은 구조로 이루어진다. p형 반도체에서 전자를 받아들이는 구멍을 정공(hole)이라 부른다. LED에 전압을 가하면 전자와 정공이 이동하다가 n형과 p형 반도체가 붙은 접합면에서 만나 갖고 있던 에너지를 빛으로 바꾸어 방출한다.

어떤 종류의 반도체를 접합시키느냐에 따라 빨강 녹색 파랑 등 다양한 색깔의 빛을 낼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외선이나 적외선을 방출하기도 한다. 특히 1990년대 들어서 파랑색 빛을 낼 수 있는 실용적인 청색LED가 개발되면서 LED 상용화의 전기가 마련되었다. 청색LED에 황색 형광체를 덮어서 청색과 황색을 섞으면 백색광이 만들어진다. 휴대폰의 LCD 창이나 손전등에 사용되는 광원이 바로 이런 방식의 LED이다. 또는 빨강 녹색 파랑빛을 내는 세 가지 LED를 직접 조합해서 백색광을 얻거나, 형광등과 비슷하게 자외선을 내는 LED에 적녹청 삼색 형광체를 덮어서 자외선을 흰색으로 바꾸기도 한다.

최근에는 기존의 무기 물질 반도체 대신에 유기 물질을 사용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개발돼 디스플레이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아직은 휴대폰의 보조 표시창 정도로 활용되고 있으나, 머지 않은 장래에 중대형 풀(full) 컬러 디스플레이나 구부러지는 플렉서블(flexible) 디스플레이 등으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부터 유럽에서는 수은이나 납 등을 포함한 제품에 대한 규제가 시행된다고 한다. 조명 분야에서도 수은을 포함하는 형광등을 대체하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중심에 LED가 서있다. 아직은 형광등보다 발광 효율이 떨어지고 가격이 비싸지만, 현재의 기술 개발 속도를 고려하면 LED가 일반 조명의 자리를 차지할 날도 그리 멀지는 않은 것 같다. 반세기 전에 진공관을 트랜지스터를 대체했듯이 말이다.

고재현 한림대 전자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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