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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새마을' 남원 덕평마을 일군 노부부의 남다른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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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새마을' 남원 덕평마을 일군 노부부의 남다른 회상

입력
2006.03.0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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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와 함께 불붙었던 새마을운동은 농촌을 발전시킨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정권 주도로 유신체제를 옹호하기 위해 펼친 관제사회운동이라는 비판도 따라 다녔다.

이제 중국이 우리의 근대화운동을 따라 배우기로 하면서 새마을운동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전북 남원시 사매면 월평리 덕평마을은 우리나라 새마을운동의 원조 마을 중 하나이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시작되기 전부터 잘살기 운동을 펼쳤고, 최초의 ‘새마을운동 시범마을’로 전국에 이름을 떨쳤던 곳이다.

대통령 표창을 비롯해 100여개의 상을 받았던 모범적인 ‘새 마을’은 30여년이 흐른 지금 어떻게 변했을까.

1일 찾아간 덕평마을에서는 옛 영화와 활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농촌의 여느 마을처럼 이농화의 그늘이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30년 전 1년 내내 견학자들로 붐볐던 마을회관 유리창은 떨어져 나가고 의자에는 먼지만 뿌옇게 쌓인 ‘헌 마을’로 전락했다. 주민수도 35년 전 150여명에서 현재는 90명으로 줄어들었다.

새마을운동 초기 사재를 털어가며 잘살기 운동을 펼쳤던 이 마을의 윤봉한(72) 김덕순(67) 부부는 새마을운동 얘기를 건네자 뜬금없다는 표정부터 지었다. 그러다가 이내 흥을 되찾아 당시 상황을 풀어갔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일 때에는 대단했지요. 수백년간 내려오던 초가집을 뜯어내고 울타리를 바꾸는 것도 삽시간에 이뤄졌어요. 정부에서 잘 한다 잘 한다 하니까 마을 사람들도 신들린 것처럼 움직이더군요.”

새마을운동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덕평마을은 전형적인 시골 깡촌이었다. 당시 이 마을에서는 농한기만 되면 남자들이 낮에는 술 마시고 저녁에는 도박으로 밤을 새웠다.

대부분 영세농들로 쌀이나 돈을 고리채로 빌리기 일쑤였고,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주민들은 가난을 보듬고 살아야 했다.

윤씨는 정부에서 보급한 양수기 사용법을 모르는 주민들을 위해 교육도 하고, 수리를 해주기도 했다. 마을 청소도 도맡았다. 농로 2㎞를 우마차가 다닐 수 있도록 확장하는 데 앞장서고 사재를 들여 전국에서 처음으로 마을 회관도 건립했다.

“사람들이 점심 먹으로 집에 가면 돌아오지 않아 아예 집사람이 점심을 가져와 먹이면서 일을 했어요.”

지붕개량과 안길 포장 등 환경정비사업을 마친 덕평마을 주민들은 담배와 인삼, 양잠 등 소득증대사업에도 눈을 돌렸다. 오래지 않아 성과가 나타났다.

마을 외형이 개선되고 소득이 높아졌다. 78년에는 외국인 홍보마을로 지정되어 일본과 동남아에서도 견학자들이 줄을 이었다.

윤 씨는 “새마을 사업이 없었다면 우리 마을은 북한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잘 사는 수준이었을 것”이라며 “새마을 덕분에 10년 이상 발전을 앞당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새마을운동이 어느 때부터인가 개발독재의 유물처럼 간주되고 사람들도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면서 관심이 사라져버렸다”며 “이 때문에 당시의 자료도 모두 폐기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1970년대 남원군청 새마을과에서 재직하면서 새마을운동업무를 했다는 김병한 남원시 홍보전산실장은 “이제 국가가 중심이 돼서 나설 수도 없거니와 그러한 방식도 통하지 않는다”면서 “우리 새마을 운동이 정부 주도로 가능할 시절이었듯이 중국 같은 체제에서는 새마을 운동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새마을운동이 펼쳐질 때만해도 어떻게 생각하면 농촌에 대한 관심이 지금보다 컸다”면서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농촌 업그레이드는 커녕 지켜주지도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남원=최수학 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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