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이웃돕기, 말이야 좋지만 생색내기 밖에 더 되겠어요.”
최근 은행권에 부는 사회공헌 바람에 대한 한 금융권 관계자의 뼈 있는 한마디다. 사실 요즘 은행권은 너도나도 사회공헌에 나서겠다는 목소리로 요란하다.
외환은행이 지난 연말 ‘외환은행 나눔재단’을, 신한금융지주가 500억원 규모의 장학재단을 각각 설립한 데 이어 기업은행도 조만간 복지재단을 설립해 난치성 질환을 앓는 중소기업 근로자 자녀를 지원할 계획이다. 은행연합회도 1일 사회공헌활동 표준안을 마련하고 은행들의 사회공헌활동을 집계해 매년 발표하겠다며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물론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개운찮은 점이 적지 않다. 우선 시기적으로 묘하다. 국내 은행들이 지난해 13조원대라는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올리며 돈을 쓸어 담았고 일부 은행들은 임원들에게 수 억원대를 챙길 수 있는 스톡옵션을 부여해 화끈한 수익 잔치를 벌였다. 국민 주머니를 털어 너무 많은 이윤을 챙긴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만한 시점이다.
더구나 은행들이 본연의 영역에선 사회 공헌도가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뼈 아프다. 호경기 때는 마구잡이로 대출을 늘리고 불경기 때는 인정사정 없이 회수해 경기 진폭을 더욱 키웠고, 카드나 주택담보대출을 남발해 국민경제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최근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이 늘긴 하지만 경기 호전에 편승한 담보대출 위주로 ‘기술은 있지만 돈이 없는’ 기업에 대한 신용대출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은행들이 가장 힘써야 할 대목은 오히려 본연의 업무다. 경제의 혈맥인 자금이 가장 소망스러운 분야에 흘러갈 수 있도록 길라잡이 노릇을 하는 것이다. 은행들의 사회 복지 지원이 행여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해 ‘일회성 방패막이’ 아니길 바란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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