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정책 혁신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정책 성과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학자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집권 3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참여정부의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데 대한 원인을 식별하는 작업은 잔여 임기 2년 동안의 정책 효율성을 제고하고 차기 정권을 준비하는 정치권에 타산지석의 교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책연구기관 너따로 나따로
자본주의 국가의 모든 정부는 경제 효율성과 공평성을 조화시키는 정책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게 되며, 경제의 효율성과 공평성의 조화는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의 조화를 통해서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권리를 존중하는 경제정책과 경제성장을 고려하는 사회정책이 수립될 때 경제 효율성과 공평성 어느 한 쪽에 치우침 없는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사회가 구현되는 것이다.
필자는 참여정부의 정책실패의 첫 번째 원인으로 ‘지식 실패’를 들고자 한다. 참여정부 들어서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의 부조화가 야기된 데는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들의 협동연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한 데서도 기인한다.
협동연구라 하면 연구자들의 개별연구를 조립하여 만드는 따로국밥식의 보고서가 아니라 적극적 토의를 토대로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정책 제언을 위한 연구를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국책연구기관 시스템 하에서는 경제 효율성과 공평성을 조화시키는 정책협동연구는 매우 어렵도록 설계되어 있다. 경제부처 산하 연구기관들에서는 경제효율성에 편중된 보고서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반대로 사회정책을 다루는 연구기관에서는 국민의 권리와 공평성을 다룬 보고서에 편중되는 경향이 짙다.
사분오열된 지식공급 체계가 정책 혼선을 야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예컨대 경제 양극화의 이슈만 보더라도 청와대와 정부 산하 각종 위원회들은 관련 국책연구기관들의 연구원들을 모아 공동연구를 진행시키지만 종합적인 대안을 내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또한 사회정책 관련 연구기관들도 구체적인 대안 제시를 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한 모습이다. 설상가상으로 통계적으로 양극화 현상 자체를 부인하여 ‘양극화 불가지론(不可知論)’을 부추기는 경제관련 연구기관도 존재한다.
둘째, 참여정부 정책 성과를 낮추는 또 하나의 원인으로 ‘관료 실패’를 들 수 있다. 관료집단을 제어할 수 있는 콘트롤 타워가 약화된 현실에서 국익을 위해 유기적인 정책이 입안되기보다는 부처의 예산재량권을 키우는 정책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감세, 증세의 세금논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부 지출의 비효율성이 도마에 오르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 정치 제1당은 열린우리당 또는 한나라당도 아니고 관료당이라고 비판하는 학자들도 있다. 참신한 정책 아이디어가 집행단계에서 정부 부문의 비대화의 도구로 악용되어서는 곤란하다.
셋째 ‘언론 실패’를 들 수 있다. 이 부분은 앞서의 정책지식 공급체계의 실패와 맞물려 있다. 언론은 진보신문_보수신문으로 나뉘어져 서로의 입장을 대변하는 결과만을 발췌해 규범적 갈등을 확대재생산하는 경우도 많다. 국책연구원 박사들의 설화(舌禍) 및 필화(筆禍) 사건이 발생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볼 수 있다.
전체적인 정책내용을 매체에 객관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파편조각과 같은 자극적 사례를 일반화하여 갈등을 증폭시키는 경우도 많았다. 목소리 큰 소수만을 조명하고 침묵하는 국민다수의 의견이 왜곡되는 경우도 관측된다.
●관료집단의 이기주의도 문제
이제 참여정부의 수명은 2년밖에 남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참여정부는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 발굴보다는 기존의 정책 전달체계의 실패요인을 교정해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하여야만 한다. 지식인들도 대안 없는 비판을 하기보다는 종합적인 학제간 연구를 통해 실사구시적인 정책을 제시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정책의 형성-전달-홍보-피드백-수정 등의 정책과정체계의 지식의 종합화도 시급한 과제이다. 마찬가지로 언론도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를 통해 사회갈등을 최소화하고 관료의 부처이기주의를 감독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만 한다.
조준모<성균관대 교수< p>성균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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