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장애인 기업인 경기 수원시 팔달구 원천동 무궁화전자 입구에는 곧게 자란 무궁화 나무들이 인상적이다. 회사 이름과 회사 앞에 심어진 나무가 무궁화인 데는 숨은 뜻이 있다. 장애인들로 구성된 회사지만 자생력이 강한 무궁화처럼 홀로 서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 회사 직원은 169명이며 이중 75%가 중증 장애인이다.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직원도 30명이 넘는다. 공장의 모든 시설에는 휠체어용 통로가 따로 마련돼있고, 공장(1,183평)보다 복리후생건물(1,597평)이 클 정도로 배려가 돋보인다. 더 놀라운 것은 직원들의 표정이 너무 맑다는 것이다. ‘독립’을 실현해내겠다는 소박하지만 진실한 그들의 꿈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2003년부터 지난 해까지 3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지난 3년간 매출액은 총 350억원이 넘고흑자폭은 15억원 정도다. 매년 5억원의 흑자를 실현한 셈이다.
올해는 새로운 목표도 세웠다. 1994년 창사이래 처음 자체 브랜드로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다. 주력 가전제품인 무선핸디형 스팀청소기 ‘바로바로 스팀’이 첫 신호탄이다. 1년 6개월에 걸쳐 개발한 제품으로, 스팀 강약조절, 은나노 항균기능, 카펫 청소기능 등을 갖추고 있다. 그 동안 전화기, 정수기 등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에 따라 삼성전자 브랜드로 소개됐지만, 이 제품은 무궁화전자라는 이름으로 선을 보이게 된다. 첫 출시는 이달 초로 잡았다.
두려움도 앞선다. 대기업 그늘에서 벗어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 모르는 바도 아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대기업 보호아래 회사를 이끌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생각으로 배수진을 친 직원들의 의지는 어느 때보다 진지하다.
무궁화전자의 흑자전환 계기는 독립경영에서 시작됐다. 이 회사는 94년 삼성전자가 사회환원사업 차원에서 내놓은 243억원으로 문을 열었지만 9년 연속 적자에 허덕였다. 삼성전자로부터 주문 받은 제품을 조립해 납품해왔으나 생산라인과 수주물량이 많지 않아 경영난에 시달렸다.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벼랑에 선 2002년 무궁화전자는 매출 증가를 위해 TV, 휴대폰 등의 핵심 부품인 인쇄회로기판(PCB)을 조립하는 표면실장라인(SMP)을 증설했다. 회사는 또 쓰지 않는 조립라인에 삼성전자의 디지털TV 조립라인을 신설하는 등 변화를 모색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년여 만에 경영이 흑자로 돌아섰고,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른 기업에서도 주문물량이 쏟아졌다.
김기경 차장은 “장애인 기업이라고 해서 경쟁력과 자생력을 외면하면 무한경쟁 시대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며 “해외시장 진출 등 사업다각화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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