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증가율이 크게 둔화하고, 해외여행은 급증하면서 1월 경상수지 흑자가 1억 달러대로 급감했다. 특히 계절적 요인을 빼고 대외거래의 흐름만 본 계절조정 경상수지는 34개월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수출 증가율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작년 말부터 급속히 이뤄진 원화가치 절상이 수출과 해외여행에 본격 반영될 경우 우리경제의 안전판이라 할 수 있는 경상수지가 위험권역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06년 1월중 국제수지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는 총 1억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작년 12월(5억4,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75% 줄어든 것이고, 작년 1월(38억3,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38분의1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경상수지 감소는 수출은 급감한 반면 수입과 해외여행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1월 수출은 설 연휴 때문에 작년 1월보다 3.8%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수입은 설 연휴에 아랑곳 없이 17.3% 늘어났다. 작년에는 설 연휴가 2월에 끼여 있었다.
여기에다 외국인들은 국내여행에 고작 3억7,000만 달러를 쓴 반면, 내국인들은 해외여행에 11억8,000만 달러를 쓰면서 유학 및 연수비용(4억900만달러)을 포함한 전체 여행수지 적자(12억2,000만달러)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계절조정 경상수지는 5억7,300만 달러 적자로 2003년 3월(11억5,000만 달러 적자)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계절조정 경상수지는 3~4월의 대외 배당금 집중, 방학 중 해외여행 급증 등과 같은 계절적 요인을 배제한 것으로 대외거래 흐름을 보다 정확하게 보여주는 지표.
예를 들어 대외 배당의 경우 연간 75억 달러에 달하지만 3, 4월에만 50억 달러가 이뤄진다. 이 경우 3, 4월에 좀 깎아주고 나머지 달에 좀 보태주는 식의 계절조정을 하면 우리 경제 흐름을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계절조정으로 대외배당 항목이 포함된 소득수지상의 지급액이 원계열(5억5,000만 달러)의 2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계절조정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대외 거래 흐름에 큰 문제가 발생했다기보다 통계를 손 보는 과정에서 적자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3월까지는 좀더 지켜봐야 경상수지에 적신호가 왔는지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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