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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솔로' 작가 노희경 "또다른 실험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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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솔로' 작가 노희경 "또다른 실험이 시작됐다"

입력
2006.02.28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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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의 일관된 주제는 사랑이다. 그의 작품들도 대개 그렇다. 하지만 그는 꽃미남 꽃미녀 앞세워 판타지를 자극하거나 삼각, 사각으로 꼬인 애정관계에 선악을 극명하게 대비시켜 눈길을 잡는 대신, 우리네 삶의 한 단면을 툭 잘라 보여주는 듯한 깊고 너른 시선으로 진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을 써왔다. 애국가 시청률보다 낮은 1%대까지도 떨어져본 이 작가가 시청률 무한경쟁의 시대에, 여전히 남다른 사랑을 받으며 작품을 쓸 수 있는 이유다.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제 길을 꿋꿋이 걸어온 노희경(40) 작가가 실험성 짙은 신작 ‘굿바이, 솔로’(연출 기민수, 황인혁ㆍKBS 2TV)를 들고 3월1일 안방극장 문을 두드린다. 미니시리즈로는 ‘꽃보다 아름다워’ 이후 2년 만이다.

‘굿바이, 솔로’는 형식부터 독특하다. 주인공만 무려 7명이다. 부유한 집을 뛰쳐나와 바텐더로 살아가는 민호(천정명)와 엄마의 애정 행각에 질려 사랑을 두려워하는 수희(윤소이), 수희의 애인이자 민호 부친의 총애를 받는 지안(이한), 한물 간 건달 호철(이재룡)과 그의 어린 애인 미리(김민희), 속물 아줌마 영숙(배종옥)과 말 못하는 밥집 할머니 미영(나문희)이 그들이다.

작가는 영화 ‘러브 액츄얼리’나 TV시리즈 ‘로스트’ 같은 다중 스토리라인을 택해 이들의 삶을 각자의 시점에서 풀어나가되, ‘관계’에 천착함으로써 새로운 세상보기를 시도한다. 시간과 시점 이동에 따른 장면 전환, 즉 ‘플래시백’(Flashback) 기법을 활용해 인물의 내면 혹은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충돌을 그려내는 실험도 감행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인간에 대해, 세상에 대해 갖는 편견과 무지를 깨고 싶다”고 말했다. “흔히 재벌은 돈밖에 모를 거다, 술집여자가 순정을 알겠느냐고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사람은 스스로든 타인이든 철저히 알고 나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예요. 사람의 아름다움, 나아가 사람과 사람의 관계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작가는 이 어려운 작업을 위해 끝없이 되풀이한 자문자답을 작품 속 대사에 고스란히 녹여낸다. 사랑의 허약함에 눈물 짓는 수희에게 민호는 “사랑이 허약한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허약한 거야”라고 말한다. 호철이 미리에게 야멸차게 내뱉는 “인생은 홀로 가는 돛대야. 기대고 싶으면 벽에나 기대”라는 말에는 작품의 제목이 답을 건넨다. 언뜻 짝짓기를 연상케 하는 ‘굿바이, 솔로’에는 “이제 혼자가 아니야”라는 뜻이 담겨있다고 작가는 귀띔한다.

하지만 다소 철학적인 주제에 낯선 형식까지 더해 시청자 눈길 잡기는 힘들지 않을까. 그는 “시청자들이 생각하며 봐야 하는 드라마는 싫어한다는, 그 편견을 깨고 싶다”며 천진한 웃음을 보이면서도 “스스로도 낯설어 다른 작품보다 2, 3배는 더 품이 든다”고 털어놓는다. 왜 굳이 그런 힘든 길을 택했을까. “고통스러운 만큼 재미있어요. 많은 걸 배우기도 하고. 저도 이제 중견 작가인데 새로운 걸 공부할 수 있으니 아직 늙지 않았구나, 하는 기쁨도 느끼고, 앞으로도 새 장르에 계속 도전해보겠다는 자신감도 얻게 돼요.”

닮은 꼴 드라마가 넘쳐나고 그 속에서 튀기 위해 갖은 양념을 동원하는 요즘, 이 무모한(?) 실험에 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이 화답할까. 결과는 두고 볼 일이지만, 그런 시도와 노력만큼은 값져 보인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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