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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한심한 양극화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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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한심한 양극화 논쟁

입력
2006.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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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정치권의 중심 화두로 등장한 것이 사회적 양극화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지적해온 이 문제가 이제야 정치권의 중심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정치권이 늦게나마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본격적인 논쟁을 시작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現 양극화를 박정희시대에 전가

문제는 이 논쟁이 지적으로는 선무당 사람 잡는 식의 유치한 수준의 논쟁으로, 정치적으로는 무조건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정략적 논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얼마 전 청와대가 홈페이지에 올린 ‘압축성장, 그 신화는 끝났다’는 글이다. 과거 군사독재의 불균형발전 전략이 “압축성장을 가능케 하여 ‘한강의 기적’을 낳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양극화 심화의 역사적 뿌리”이며 “IMF사태 이전까지는 불균형 전략의 장점(압축성장)만 보였지만, 그 이후에는 단점(양극화 심화)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이라는 것이 청와대의 주장이다.

이 글은 박정희 모델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양극화까지도 박정희 모델의 결과로 몰고 가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불평등의 역사적 추세가 이를 말해준다. 분명히 박정희식 불균형발전 전략이 불평등을 확대시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양극화는 1987년 민주화 이후 개선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나아지던 양극화 현상이 김영삼 정부가 세계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선진국의 상징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95년 들어 악화되는 방향으로 역전됐고, 특히 97년 경제위기에 따른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 도입 이후 급속히 나빠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중산층과 서민의 정부를 자임한 김대중 정부 들어 빈부격차가 이를 측정하기 시작한 70년대 후반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벌어지는 역설이 생겨났고 이 같은 추세는 노무현 정부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불평등이 박정희식 불균형발전 전략의 결과가 아니라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추진해온 신자유주의라는 시장주의의 결과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원래 시장이란 불균형한 것이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연두 기자회견에서 “사회 양극화의 주범은 노무현 정권이 3년 동안 만든 경제불황”이라며 그 해결책으로 작은 정부와 감세를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의 각종 규제와 반시장적 반기업적 정서, 그리고 성장을 무시한 분배위주 정책이 양극화의 주범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물론 현재의 양극화의 책임이 군사독재가 아니라 노무현 정부, 나아가 김대중 정부에 있다는 한나라당의 비판은 맞다. 그러나 문제는 한나라당이 양극화의 원인을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라는 시장주의가 아니라 반시장주의와 정부 규제에서 찾으며 더 많은 시장을 처방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의 주장이 맞다면, 선진국 중 가장 정부 규제가 적고 시장주의가 만연해 있는 미국이 가장 사회적 양극화가 심하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한나라당은 엉뚱한 원인 지목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집권세력과 제1 야당이 사회지표만 간단히 살펴보면 알 수 있는 이 같은 사실을 외면하고 유치한 수준의 논리로 논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와 한나라당의 싱크탱크의 지적 수준이 대학원생도 아니고 똑똑한 학부생이면 알 수 있는 이 같은 사실들을 모를 정도로 무식한 것인지, 아니면 우수한 학자들도 정치권에 들어가면 지적으로 퇴화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최근의 양극화가 보여주는 것은 ‘압축성장, 그 신화는 끝났다’가 아니라 ‘시장, 그 신화는 끝났다’이다. 아니, 이를 모르고 한심한 수준의 논쟁이나 하고 있는 ‘참여정부와 한나라당, 그 신화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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