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후지 발명가 채륜 음독 자살-정통한 후한(後漢) 소식통에 따르면 종이 개량ㆍ발명가로 명성을 떨친 채륜이 정쟁에 휘말려 음독 자살을 해 세계를 당혹케 하고 있다. 한편 지구촌 과학계는 ‘문명의 은인’인 종이 발명가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종이를 발명한 후한의 채륜에 대한 이야기이다. 과학이나 역사적 상식만 있다면 다 아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느낌이 좀 다르다. 어젯밤에 일어난 사건을 조간 신문에서 대하는 듯하다. 교과서에서 대할 때와는 긴장감이 다르다.
‘과학사 신문’은 인류 문명 이후의 중요한 과학적 업적을 ‘사건화’해 ‘현재 발생형’으로 들려준다. 일반 서적에서는 평이한 설명적 기술로 끝나기 쉬운 관련 사건과 해설을 신문의 편집 장점을 최대한 살려 아기자기하게 꾸미고 있다. 1면 톱의 채륜 음독 기사에 이어 4면에는 기획특집으로 ‘인류의 종이 발명 일지’를 다뤘다. 아프리카 나일강의 파피루스, 아나톨리아의 양피지 등을 지도와 사진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훌륭한 종합정리이다.
이 ‘신문’을 엮은 이향순씨는 연세대에서 천문학을 공부했다. 이후 서울신문사와 과학신문사 등에서 과학전문기자로 활동했다. 자신의 전공과 직업을 결합시킨 작업인 셈이다.
과학사 신문은 시기를 기준으로 3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1권은 고대부터 18세기 과학의 중흥까지, 2권은 19세기 과학의 르네상스부터 나노과학을 포함하는 최첨단 과학까지, 그리고 3권은 미래의 과학기술을 그렸다. 각 호는 8면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제 기사, 심층분석, 과학사 중요 사건, 인물탐구, 특파원 페이지, 생활 속 과학 등으로 꾸몄다. 과학에 관심 있는 학생은 물론 과학상식을 넓히고 싶은 성인에게도 잘 어울릴 듯하다. 현암사간, 1만 5,000원.
권오현 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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