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작은 상가 건물을 짓는 공사판이 있다. 우선 건물의 골격을 올리고, 그 외벽에 아래위로 오르내릴 수 있게 구멍이 뽕뽕 뚫린 철판으로 구름다리를 놓았다.
그 철판만 보면 나는 어린 시절 우리 동네의 다리가 떠오른다. 아주 어렸을 때는 섶다리를 놓았고, 어느 해 장마에 그것이 떠내려가자 어디에서 구멍이 퐁퐁 뚫린 철판을 구해와 새 다리를 놓았다. 어른들 말로는 그걸 비행장 마당에 깔고 비행기가 뜨고 내렸다는데 우리로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다리는 놓은 다음 철판 구멍 아래로 신발을 빠뜨릴 때도 있었다. 평소엔 얼른 아래로 내려가 건져오면 되지만, 여름 큰물이 질 때 장난을 하다가 빠뜨리면 영락없이 잃어버리고 만다.
그런데 이런저런 물건 가운데 어린 날 잃어버린 신발만큼 쉬 잊혀지지 않는 물건도 없는 것 같다. 때론 꿈에까지 나타나 다시 잃어버린다. 그 공사판 앞을 지날 때마다 나는 어린 날 그 다리 위에서 잃어버린 신발 생각이 난다. 우리 동네에서 세 마을만 더 내려가면 경포 바다다. 그때 바다에 닿았다면 그 신발은 아직도 내 발의 온기를 그리며 어느 망망대해를 떠돌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순원 <소설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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