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6일 취임 3주년을 맞아 3시간 30여분 동안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함께 북악산 산행과 오찬을 하면서 지난 3년 간 소회와 향후 포부를 밝혔다.
노 대통령이 “임기 5년이 긴 것 같다”는 말을 던진 것은 대통령 탄핵과 총선, 재ㆍ보선, 경제위기론 등 수많은 파고 속에서 국정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다는 점을 우회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남은 2년도 시끄럽게 갈 수 밖에 없다”며 앞으로도 정면 돌파식 국정 운영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노 대통령은 오찬장에서 무려 47분 동안 국정운영 구상을 적극적으로 밝혀 눈길을 끌었다.
“임기 5년 길다”와 개헌론
노 대통령은 북악산 정상 가까이 다다랐을 때 취임 3주년 심경을 밝혀달라는 질문을 받고 “내 생각에 임기 5년이 긴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적 느낌도 그렇지만 제도적으로도 길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를 두고 대선과 총선 시기를 일치시키는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론을 제기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으나, 노 대통령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정치 상황으로 볼 때 대통령이 개헌 문제를 끄집어내 쟁점화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개헌 이슈에 대해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겠지만, 개헌에 국정 우선 순위를 두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자 시절 ‘2006년 개헌 공론화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지만, 이날 언급으로 볼 때 직접 개헌론을 제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간 선거는 이미지 평가”
노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 중간에 선거 같은 것을 하지 않으면 좋겠다”며 “선거 변수가 끊임 없이 끼어들기 때문에 국정이 계속 흔들린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2, 3년의 일을 놓고 중간 평가를 한다고 하면 결국 이미지 평가일 수밖에 없다”며 “임기 중간에 다른 선거를 하게 되면 임기가 10년, 100년이 되든 긴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자기 선거라면 차라리 정치적 명제를 내걸고 정면 승부라도 해서 정책 심판을 받을 수 있겠지만, 당의 선거를 갖고 평가를 받게 되면 이미지 싸움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언급은 그 동안 여당의 재ㆍ보선 참패를 두고 대통령 책임론이 제기된 데 대해 곤혹스러운 심경을 밝히는 한편 선거 논리에 따라 국정이 요동치는 현상을 지적한 것으로 분석된다. 노 대통령이 “선거가 표 싸움으로 흐르고, 결국 국민을 속이는 게임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임기 평가와 향후 국정 과제
노 대통령은 남은 2년의 국정운영 우선 순위를 양극화 문제 해소 및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두겠다고 밝히면서 “2개 과제 모두 아주 버거운 문제여서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극화 문제에 대해 노 대통령은 “국민의 안정된 삶, 지속적 성장, 사회 통합을 위해 양극화 해소에 우선 순위를 두겠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한미 FTA 협상 개시에 대해 “중국이 따라온다는 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도 선진국형 서비스산업에 결국 도전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의 결과”라며 “이번 협상은 참여정부의 큰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1987년 6월항쟁 이후 중요한 사건으로 3당 합당, 국민의 정부 탄생과 함께 내가 대통령 된 것을 들 수 있다”며 “나는 취임 이후 권력을 규범의 틀 속에 자리잡게 해 국민 지위가 향상되도록 했다”고 자평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원만하고 무사한 지도자보다는 개성 있는 일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며 “그 기준에 맞춰 대통령을 할 생각이므로 남은 2년 동안에도 이런저런 시비가 많고 좀 시끄럽게 갈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각료 인선 기준에 대해서도 “무사하게 사고를 안 낼 사람보다는 더러 말썽이 나더라도 할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이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시내 갈비집에서 기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그전에는 기자들에게 경계심을 갖기도 했으나 지금 여러분을 만날 땐 마음이 편안하고 친근하고 안정된 느낌이 든다”고 덕담을 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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