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고수를 꿈꾸며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벽안의 한 남자가 있다. 프랑스 대기업에서 컴퓨터과학자로 일하던 크리스토퍼 말라바시(34)씨. 28일 입국하는 그는 명지대 바둑학과 3학년에 편입해 다음달부터 강의를 듣는다.
말라바시씨는 13년 전 프랑스에서 한 대학 선배가 가진 바둑세트를 보고 바둑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지금까지는 그냥 재미 삼아 둬 왔다”는 그가 회사까지 박차고 나와 바둑 유학을 결심하게 된 건 지난해 한국 여행이 결정적이었다. “두 달 간 명지대 기숙사에 머무르면서 한국 학생들과 바둑을 겨뤘는데 백전백패를 당했어요. 처음엔 약만 오른 정도였는데 슬슬 바둑 실력을 더 높여야겠다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아마 2단의 실력을 갖게 된 그는 “내게 바둑을 배우는 것보다 현재 더 소중한 일은 없다”며 “오직 바둑을 위해 제2의 인생을 시작했으니 다른 것 신경 안 쓰고 열심히 바둑돌만 만지겠다”고 말했다. 그는 “바둑학과를 졸업한 뒤 무엇을 할지 구체적 계획은 없지만 한국에서 살다 보면 또 다른 계획이 생길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가장 좋아하는 프로기사로 윤영선 4단을 꼽은 그는 이세돌 9단의 과감한 경기 스타일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명지대 바둑학과는 이번 새 학기에 편입생 말라바시씨 외에 일본의 고바야시 효고(19ㆍ아마 3단), 독일의 옌스 행커(27ㆍ아마 3단)씨를 신입생으로 맞는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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