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아이칸측이 KT&G에 대한 사실상의 적대적 인수합병(M&A)를 공식 선언함에 따라, 양측의 경영권 대결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하지만 아이칸측이 정말로 경영권 완전인수를 위해 초강수를 던진 것인지, 아니면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고도의 전술을 펴고 있는 것인지, 그 노림수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다.
24일 KT&G에 따르면 칼 아이칸측은 전날 곽영균 KT&G 사장 앞으로 보낸 서한을 통해 이 회사주식을 주당 6만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아이칸 연합군의 일원인 스틸파트너즈 대표이자 사외이사후보로 추천됐던 리크텐스타인은 이 서한에서 “회사인수를 위해 총 2조원을 투입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회사인수를 위해 KT&G와 협의를 원하며 만약 이 제의를 받아들인다면 사외이사 후보추천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아이칸측이 제시한 인수가격 6만원은 22일 종가 대비 17%정도 비싼 금액이다. 2조원의 실탄을 총동원해 공개매수에 나설 경우 20%이상 지분확보가 가능하다. 기존 보유주식(6.59%)까지 합치면 아이칸측 지분은 30%에 육박하게 돼 KTG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이칸은 당초 KT&G에 주식 저평가 문제를 지적하며, ▦YTN 바이더웨이 등 보유주식매각 ▦자회사인 인삼공사 상장 ▦배당금 확대 ▦자사주 소각 등을 주장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외이사추천을 통한 경영권 직접진입을 시도했다. KT&G측의 ‘사외이사-감사위원 분리투표’대응으로 경영진 진출마저 무산될 것이 확실시되자, 이번엔 주식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을 통째로 인수하는 ‘깜짝 카드’를 던진 것이다.
공개매수를 통한 적대적 M&A는 사실 새로운 전략은 아니다. 실패로 끝나기는 했지만 지난해 아이칸은 타임워너 주식 10%를 공개매수 추진했고, 스틸파트너즈 역시 2003년 일본 유시로화학의 공개매수를 시도했다. 2002년엔 이런 방식으로 일본 섬유업체인 소토를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만약 전면대결이 벌어진다면 KT&G로서도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선 ‘진짜 경영권 인수 목적은 아닌 것 같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박동명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통상 공개매수가는 현 주가보다 30%이상 높게 책정된다”며 “아이칸측에 제안한 17% 프리미엄 가격으론 성공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KT&G 주가는 24일 공개매수 호재를 타고 11.33%나 급등(5만7,000원)했는데, 이런 주가라면 아이칸측이 내놓은 6만원에 공개매수신청을 할 투자자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칸측이 공개매수의사가 있는지도 불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아이칸측이 KT&G에 보낸 서한을 보면 ‘인수’란 말만 있지 ‘공개매수’란 표현은 없다. 신문공고나 금융감독원 신고 같은 공개매수절차도 전혀 밟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아직은 공개매수의사를 확인키 어렵다”고 말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아이칸측의 제안은 회사측에 피인수를 종용하는 적대적 M&A의 일명 ‘베어 허그(bear hug:곰이 앞발로 짓누른다는 의미)’전략”이라며 “일단 회사측과 인수문제를 협의한 뒤 잘 안될 경우 공개매수 및 매수가격 상향조정에 나설 수는 있지만 아직은 실행여부를 예단키 어렵다”고 말했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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